[조희선 시] 아주 잠시-17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 때문에 손해를 보면서도 억울해 하지 않으며
그 모습 그대로를 기쁘게 받아주는 일이라는 걸
주님, 이제야 조금 알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건 동행이라는 걸
전장의 패잔병처럼 피 흘리면 닦아주고
비틀거리면 부축해 주고
그러며 그가 가는 길을 끝없이 함께 가주어야 한다는 걸
주님, 이제야 조금 알겠습니다.
고통으로 파헤쳐진 가슴에
때도 없이 힘겨운 눈물이 흐르고
눈물로 하여 부드러워진 흙밭이
가시같던 밀알을 보듬을 수 있을 때
땅과 밀알의 우리 사이는
열매 맺는 축복의 인연이 된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주님.
조희선
시인. 청주 거주.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등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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