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혼자 지내는 부엌 한 켠에서
성서쓰기를 하던 흔적을 보았습니다.
어느결엔가 돋보기를 쓰셨지만 서툰 글씨는 여기저기서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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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폿,
을 '에쫏'으로,
어떤 때는 바르게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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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글씨가 눈물겹습니다.
여섯살 나이에 친어머니가 화재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고
동생하나와 새어머니 슬하에 여러 동생 돌보며 자라느라,
국민학교 2학년이 학력의 전부이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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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갈매못 성당 수녀님으로부터 격려받고 시작한
창세기 쓰기는, 정말 삐뚤빼뚤이었지요.
지금 많이 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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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
10가구가 전 식구이고
대여섯분이 사시는 섬.
게서 홀로 천주교 신자 생활을 하십니다.
어부였던 베드로 아버지를 보냈으니, 추도공소회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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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마자 배시간에 쫒겨
어머니 일손 돕고
되돌아 나옵니다.
옆집 고추밭에선 한쪽 눈이 아픈 고양이 한마리가
배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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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할머니가 사셨던 가운데 빈 집의 꽃밭에는
서글픈 꽃무릇이 해보내기를 하고요,
어머니는 홀로 제 배웅을 나왔습니다.
유일하게 섬에서 그물 내고 주벜을 두는 효성이네 그물이
무거운 짐처럼 누워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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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하지만
살짝 서운한 추석 저녁입니다.
조현옥 프란치스카
<현옥공소여행센터> 이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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