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레시다 흑인 성모, 브라질 어부들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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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레시다 흑인 성모, 브라질 어부들의 어머니
  • 한상봉
  • 승인 2018.08.2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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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24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외 첫 방문지로 브라질을 선택했다. 제28차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교황은 2013년 7월 24일 오전에 상파울루 주 아파레시다 성모성지에서 교황 선출 이후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봉헌하는 첫미사를 드렸다. 이날 성지 안팎에서는 20만 명의 신자들이 자리를 지켰다.

교황은 미사에 앞서 아파레시다의 검은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드렸으며, “모든 브라질 사람들의 어머니의 집”이라고 부르는 아파레시다 성모성지를 방문한 것은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한 젊은이들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대륙 전체 신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또한 “교회가 예수님을 찾을 때면 항상 그 어머니의 문을 두드리듯이” 자신도 “어머니가 우리를 도와주시도록 문을 두드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미사 시작 전에 아파레시다 교구의 라이문도 다마세노 아시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검은 성모상을 선물하며 “아파레시다의 성모상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사에서 교황은 “돈과 권력, 세속적 성공과 같은 우상 숭배”를 멀리하고 믿음 안에서 희망과 기쁨의 삶을 살라고 당부했다. 특히 교황은 젊은이들이 “영성과 관대함, 연대와 인내, 형제애와 기쁨”과 같은 정신적 가치를 강조하며, 교회가 “더 많은 정의와 우애로운 세계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가치들을 미래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희망의 사람들은 하느님이 놀라움을 주신다는 것을 안다.”고 강조하며, 아파레시다의 성모(Nossa Senhora da Concei o Aparecida) 이야기를 꺼냈다. 1009년에 <경향잡지>에서 기고한 임소라의 글에 따르면, 아파레시다 성모는 1717년 10월 12일 브라질 남동부 파라이바 강에서 고기를 잡던 세 명의 어부 도밍구스 가르시아, 필리피 페드로주, 주앙 알비스에 의해 발견됐다.

유달리 고기가 잡히지 않던 어느 날, 이들이 던진 그물에 검은 피부의 성모 마리아 조각상 파편들이 걸렸고, 이후 어획량이 엄청났다고 한다. 세 어부는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이 건져 올린 성모상 덕분에 생긴 기적이라 믿고 집 안에 소박한 기도실을 꾸며 이 성모상을 소중히 모시고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첫 묵주기도를 드리게 된다.

이러한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아파레시다의 첫 번째 순례지는 아파레시다 성모가 어부들에게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곳인 이타과수 항구에서 시작된다. 교황은 신자들에게 “어부들이 고기를 낚는데 실패했던 곳이 모든 브라질 사람들이 한 어머니를 모시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새로운 장소가 될 줄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라고 물었다.

 

아파레시다 성모 대성전에 들어가면,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장식된 금관과 브라질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화려한 문양의 자수가 새겨진 푸른색 망토를 걸친 아파레시다 성모상을 볼 수 있다. 이 왕관과 망토는 1888년 11월 6일 브라질의 마지막 공주인 이자벨 공주가 하사한 것이다. 당시 이자벨 공주는 ‘황금법’을 제정하여 브라질의 노예해방을 선포했다고 한다.

임소라는 이 기고문에서, “16세기 초 최초로 노예무역이 시작된 이래 가톨릭교회의 탄압과 강압적인 개종권유로 종교적 자유마저 잃어버린 노예 신분의 흑인들에게 검은 피부의 성모상의 존재는 정신적인 지주이자 수호신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임소라는 “1850년 중반에 자카리아스라는 이름의 한 흑인 노예가 굵은 쇠사슬에 손발이 묶여 노예상인에게 끌려가던 중 아파레시다 성모 성지 앞을 지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기도를 드리고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상인에게 청했고, 그가 성모상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를 드리자 놀랍게도 그의 손발을 옥죄고 있던 쇠사슬이 저절로 끊어져 바닥에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출처]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한상봉, 다섯수레, 2014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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