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교회는 전투가 끝난 뒤의 야전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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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교회는 전투가 끝난 뒤의 야전병원
  • 한상봉
  • 승인 2018.08.0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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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21

“교회는 영혼들을 통해 눈을 뜬다”는 말을 남긴 로마노 과르디니를 존경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8월, 이탈리아 예수회가 발간하는 잡지 <라 치빌타 가톨리카(La Civiltà Cattolica)>의 대표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와 인터뷰를 했다. 이때 교황은 오늘날 교회가 할 일 가운데 “상처를 치유하고 믿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면서 “교회는 전투가 끝난 뒤의 야전병원”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심각하게 다친 사람에게 콜레스테롤이 높은가 혈당치가 어떤가 물어보는 일은 쓸모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그가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나서 나머지 것에 대해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때때로 교회는 작은 것들, 도량이 좁은 규칙들에 자신을 가두어 두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가 우리를 구원했다는 첫 번째 선포”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사목자는 “무엇보다 자비의 사목자들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교황은 ‘우리는 어떻게 하느님의 백성을 대해야 할까?’ 물으며, 자신은 자비로운 “어머니이며 여성 목자인 교회를 꿈꾼다.”고 전했다.

“교회의 직분 담당자들은 자비로워야 하고, 사람들을 책임지며, 이웃을 깨끗하게 씻어 주고 일으켜 준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복음입니다. 하느님은 죄보다 크십니다. 구조적이고 기관 차원의 개혁은 두 번째입니다. 말하자면 교회 구조와 기관의 개혁은 자비의 실천 다음에 따라옵니다.”

교황은 교회 개혁의 선결 조건으로 태도의 변화를 꼬집었다. 교회의 봉사자들은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어두운 밤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 어떻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지, 어떻게 사람들이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지 알지만 길을 잃지 않는 사람”이 하느님 백성의 ‘사목자’라고 한다.

교황은 사람들이 “관료나 정부의 공무원처럼 행동하는 성직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히 주교들은 백성들 가운데서 일하시는 하느님의 움직임을 인내를 갖고 지지해야 하며, 한 사람도 처지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교회를 비판하며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을 의식한 듯이, 주교와 사제들에게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날카로운 안목을 갖고 있는 양떼들도 동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단지 문을 열어 놓고 환영하고 받아들이는 교회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권했다.

 

정말 그들은 진보적인 교육감인가?

사목의 효율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란체스카 암브로게티 등이 인터뷰한 <교황 프란치스코>(RHK, 2013)에서 자신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보좌주교로 일할 때 이야기 한 토막을 전해준다. 교구 사무실에서 작업 중이던 파일을 덮고 시계를 보니 교외에 있는 어느 수도원의 있을 사제 은퇴식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타야하는 시간이 빠듯했다. 이후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하던 버릇대로 잠깐이라도 성체조배를 해야 했다.

바깥의 찌는 듯한 더위와 달리 대성당 안은 고요하고 시원했다. 기도를 마치고 성당을 나서는데 정신이 온전치 못해 보이는 청년이 다가와 고해성사를 청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시간이 지체될까봐 초조해지면서, 청년에게 당황스럽고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술에 취한 것도 같고 정신질환치료제를 먹은 것 같기도 했다. 그때 베르골료 보좌주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저는 할 일이 있으니, 이제 곧 오실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하십시오.”였다.

약 기운에 취해 있는 이 남자가 아마 몇 시간은 충분히 기다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재빨리 발을 옮기다가, 문득 너무 이런 모습을 보이는 자신이 너무 창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결국 청년에게 다시 돌아가 고해성사를 주었다. 그리고, 이미 기차를 놓쳤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차역으로 향했는데, 역에 도착하자 열차가 지연되었다는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항상 타던 기차를 탈 수 있었다. 수도원에 들렀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베르골료 보좌주교는 다시 그 청년의 집으로 갔다. 교황은 이 경험을 통해 사목의 ‘효율성’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배웠다.

식별은 가난한 이들의 심정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 치빌타 가톨리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을 웅변가나 문학에 나오는 인물이 아니라 그저 ‘죄인의 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교황은 “주님께서 저를 가엾게 여기시고 선택하셨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한없는 자비와 인내를 믿으며, 그래서 속죄의 정신으로 교황직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예수회원으로서 ‘식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우리는 큰 사업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가장 작은 것부터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중요한 것은 교회를 쇄신하더라도 “강력한 방법보다는 더 효과적인 약한 방법들을 사용할 것”이라고 교황이 강조했는데, 변화와 개혁이 단시간에 이뤄질 수 없으며 “가장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변화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식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어 “식별은 항상 주님의 현존 속에서 징표를 바라보고, 일어나는 일들에 귀를 기울이며, 사람들 특히 가난한 이들의 심정을 알아보면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또 교황은 36세의 젊은 나이에 아르헨티나 예수회 관구장이 된 것은 ‘미친 짓’이었다며,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면서 성급하고도 권위적인 결정을 내리는 잘못을 범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래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주교였을 때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격주로 6명의 보좌주교들과 모임을 열었으며, 사제평의회와도 1년에 몇 차례씩 모여서 토론해 중요한 사안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추기경 회의와 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가 실제적으로 살아 있는 자문 기구가 되기를 희망하며 “덜 경직된 형태로 이런 모임들을 수행해야 하며, 이 모임들에서 형식이나 상징에 불과한 자문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출처]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한상봉, 다섯수레, 2014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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