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카나의 기적, 앞뒤 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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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카나의 기적, 앞뒤 문맥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8.07.16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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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의 혼인 잔치와 예수 - 4

지금까지 요한 2,1-11의 본문(text)을 자세히 읽은 우리는 이제 본문의 문맥(context)을 살펴볼 차례이다. 본문이 위치하는 앞뒤 문맥의 살피기를 통해 우리는 본문의 역할과 의미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요한 2,1-11의 앞 문맥

요한 복음서는 로고스(말씀) 찬가로 불리는 머리글(1,1-18)로 시작한다. 여기서 요한 복음사가는 복음서 전체의 중요한 신학적 주제를 요약 정리한다. 말씀은 창조 이전에 선재(先在)하셨고 그분은 하느님이셨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었는데(육화, 肉化) 그분이 바로 예수이시다. 그분은 빛이요 생명이시다. 빛이신 예수를 받아들이는 것이 믿는 것이다. 예수의 영광은 하느님의 외아드님으로서의 영광이다. 이 머리글의 주제들은 우리 본문인 요한 2,1-11에서도 발견된다. 예수는 갈릴래아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의 첫 번째 표징을 통해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고 제자들은 그분을 믿게 되었다(11절).

 

DAVID, Gerard - The Marriage at Cana

머리말 이후 전개되는 요한 복음서의 시간적인 배경에 따르면 카나의 혼인 잔치는 일곱째 날에 해당한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세례자 요한이 자기 자신에 대하여 증언하는 요한 1,19-28의 본문은 첫날에 해당한다. 요한 1,29-34은 예수에 대한 세례자 요한의 증언인데 이것은 이튿날에 일어났다. 사흗날은 예수를 뒤따른 첫 두 제자의 이야기인 요한 1,35-39이고, 나흗날은 시몬이 예수에게 온 요한 1,40-42에 해당한다. 그리고 닷샛날은 필립보와 나타나엘을 부르신 요한 1,43-51이다. 엿샛날은 이동의 날이고 이렛날에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잔치가 열렸던 것이다.

성경에서 7이라는 숫자는 완전한 숫자로서 완성, 충만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요한 복음서가 시작되고 일곱째 날에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첫 번째 표징이 있었다는 시간적인 배치는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우리 본문의 앞 문맥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를 메시아로 증언하고(요한 1,19-34), 예수는 제자들을 부르신다(요한 1,35-51). 이제 우리 본문인 요한 2,1-11에서 제자들은 예수와 함께 혼인 잔치에 가고, 그곳에서 예수는 메시아로서의 표징을 일으키신다.

요한 2,1-11의 뒷 문맥

일반적으로 요한 복음서의 전체 구성을 전반부(2-12장)인 “표징들의 책”과 후반부(13-21장)인 “영광의 책”으로 나누기도 한다. 이 구분에 따르면 복음서의 전반부에는 일곱 표징 이야기가 서술된다. 첫째 표징은 카나의 혼인 잔치이고 둘째 표징은 역시 카나에서 예수가 왕궁 관리의 아들을 살리신 이야기(요한 4,43-54)이다.

셋째 표징은 벳자타 못 가에서 병자를 고치신 일(요한 5,1-9)이고, 넷째 표징은 오천 명을 먹이신 것(6,1-15)이다. 다섯째 표징은 요한 6,16-21의 물 위를 걸으신 이야기이고 여섯째 표징은 요한 9,1-12의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고쳐주신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곱째 표징은 요한 11,1-44의 라자로를 살리신 이야기이다.

이와 같이 요한 복음서 전반부의 일곱 표징 이야기 중에서 카나의 혼인 잔치는 그 첫 번째에 해당한다. 물론 예수는 일곱 가지보다 더 많은 표징을 행하셨다. 복음서는 20,30에서 이렇게 말한다. “예수님께서는 이 책에 기록되지 않은 다른 많은 표징도 제자들 앞에서 일으키셨다.”

갈릴래아의 카나라는 지명은 신약성경에서 네 번 언급되는데, 요한 2,1.11; 4,46; 21,2에서 이다. 일곱 표징 중에서 특히 첫 번째(요한 2,1-11)와 두 번째(요한 4,43-54)는 갈릴래아 카나라는 공간적인 배경이 동일할 뿐 아니라 그 문학적 구조에서도 매우 유사하다. 공통적인 구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청원자가 예수에게 요청하지만(2,3과 4,47), 예수는 그 요청을 거절하신 듯 보인다(2,4과 4,48). 그러자 청원자는 계속 요청하고(2,5과 4,49), 예수는 그 요청을 받아들이신다(2,7과 4,50). 마침내 표징이 이루어지고(2,8-9과 4,50), 다른 이에 의해 그 표징이 확인 된다(2,10과 4,51-53). 그리고 표징에 대한 신앙의 응답이 있다(2,11과 4,53).

예수는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의 표징을 통하여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런데 예수의 영광은 요한 복음서의 후반부인 “영광의 책”에서 더욱 잘 드러날 것이다. 예수는 당신의 마지막 사건인 죽음과 부활을 통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고 그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난다.

요한 21장에서 부활하신 예수는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요한 21,2의 명단에 따르면 그 제자들은 시몬 베드로와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 갈릴래아 카나 출신 나타나엘과 제베대오의 아들들 등이다. 여기에서 나타나엘의 고향은 갈릴래아의 카나로 소개된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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