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와 홈리스는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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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와 홈리스는 다른가요?
  • 조세종
  • 승인 2016.05.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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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봉

[조세종 칼럼] 

작년에 사회적기업과 관련된 통계에서 한국은 노숙자가 5천 명, 프랑스는 홈리스가 30만 명이 있다고 했다. 분명 통계가 잘 못 되었나? 서울역, 대전역을 비롯해서 대부분 기차역에서 기거하고 있는 한국의 노숙자 수는 어림잡아도 5천 명이 맞다. 프랑스 홈리스는 작년에 직접 홈리스 관련 일을 하는 프랑스 사회적 기업가에게 들었으니 30만 명이 맞을 것이다. 숫자만 비교하면 한국은 프랑스보다 훨씬 더 부자다. 프랑스가 빈곤한 사람들이 많은 못 사는 나라가 된다.

그러나 실상은 이렇다. 홈리스(homeless)와 노숙자(露宿者)의 말의 차이가 그대로 반영된다. 노숙자를 영어로 하면 홈리스가 됩니다. 그러나 정확히 노숙자는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가리키고 홈리스는 집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프랑스의 홈리스는 집을 가지지 못해 주거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물론 그들도 샹들리제 거리에 말 그대로 노숙자들이 활보한다. 이들을 포함해 집이 필요한 모든 이들과 집 때문에 고통 받는 이들이 홈리스인 것이다. 요지는 이러한 시각의 차이가 정책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와 사회적 경제 영역 모두 이 30만 명의 홈리스를 위한 정책을 세우고 그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단순한 기쁨>이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아베 피에르 신부님도 가난한 이들에게 인간다운 주거를 마련해 주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다. 이분은 2007년 94세로 하느님 품에 안기셨지만 지금도 아베 피에르 재단에서는 신부님의 유지를 받들어 150여 명의 직원과 25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은 노숙자들을 위한 센터를 운영하면서, 기본적으로 거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주지 창출 활동과 거주지 창출을 위한 정책제안, 그리고 거주의 권리를 인간의 권리로 찾기 위한 시위 등 정치적인 활동도 홈리스들과 함께 하고 있다.

천주교 대전교구는 카리타스 조직으로 ‘한끼백원 나눔운동 본부’가 있다. 2008년도부터 계속된 한끼백원 나눔운동은 말 그대로 한 끼에 100원을 나누어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급식비 지원. 이주민과 소년원 아이들과 장애인을 위한 무료급식, 반찬 나눔, 그리고 북한 및 해외지원 사업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아직도 빈곤의 사각지대에 몰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어야 할 사업이다. 그렇지만 이제까지와는 다른 변화의 바람이 한끼백원 나눔운동에도 불고 있다.

첫째, 시혜적이고 일회적인 방식에서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둘째, 돈을 소진하는 방식에서 기금을 만들어 사용하고 갚는 방식이다. 셋째, 지원받는 당사자들을 대상화시키지 않고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자신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협동의 방식이다. 현재까지 진행되는 다양한 사회복지사업들은 계속되어야 하며, 이와 아울러 이제 새로운 방식으로 자비의 희년을 맞아 어둠의 빚에 눌린 이들이 탕감 받는 실질적인 기쁜 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이 이러한 새로운 방식에 이해와 공감을 갖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정의와 자선은 함께 가야 한다. 오래 전에 주교회의에 ‘인성회’가 있었음을 기억한다. 1975년 엄혹한 유신독재 시대에 설립된 인성회는 긴급구호, 자선활동, 복지사업 등 사회복지에 힘썼을 뿐만 아니라 사회의식과 의식개발 등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이 되도록 지금보다도 훨씬 더 근본적인 힘을 기울였다. 그 인성회의 자취는 우리 교회에서 찾을 수 없고 주민조직화와 생협 등 주민운동에 오늘날에도 일부 남아있다.

사회적 경제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 선배들이 현명하고 고마운 유산을 물려주셨다. 이제 교구는 첫발을 떼려고 한다. 갈 길은 멀다. 노숙자 말고 홈리스를 찾아가자.


조세종 디오니시오
소셜경영연구소 소장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대전교구 카리타스 한끼백원나눔운동본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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