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도 품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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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도 품격이 있다
  • 양승국 신부
  • 승인 2018.06.28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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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 칼럼]

살아갈수록 점점 더 크게 느끼는 바가 한 가지 있습니다. 말, 언어의 중요성입니다. 정말이지 말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유창하고 거침없는 말, 설득력있고 호소력 있는 말을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다른 무엇에 앞서 진실된 말, 진심이 담긴 말, 그래서 살아 숨쉬는 말, 말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선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말이 정말 중요한 것이, 말은 곧 한 인간 존재의 인격과 삶, 영혼과 정신을 외부로 드러내는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말은 한 인간 존재 안에 거처하시는 주님 현존을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pixabay.com

오늘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생각없이 던진 말로 큰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수로 내뱉은 말로 인해 두고 두고 후회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지난 지방 선거 때만 해도 보십시오. 생각없이 ‘툭’ 하고 던진 말 한 마디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인생 한 방’이라고, 말 한 마디 실수한 탓에 어떤 사람들은, 오랜 세월 쌓아온 자신의 정치 기반이 뿌리채 흔들렸습니다.

말을 시작하기에 앞서 언제나 진지하게 숙고해야겠습니다. 입에서 빠져나간 말은 이미 ‘엎지른 물’과 같습니다. 다시 주워 담을수가 없습니다. 입을 열기 전에 늘 고민해야겠습니다. 내가 하는 이 말로 인해 혹시 단 한 사람이라도 상처를 입는 것은 아닌지? 내가 하려는 이 말은 누군가에게 힘과 위로를 주는 말인지?

주님께서 우리 인간 각자에게 베푸신 여러가지 은총의 선물 가운데, 말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큰 선물입니다. 잘 다스리고, 잘 사용해서 이웃들을 치유하고, 이웃들을 주님께로 인도하라고 부여하신 선물이 곧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말입니다.

오늘도 우리가 엄청나게 쏱아낸 말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숙고 작업을 한번 해보면 좋겠습니다. 언행일치가 되고 있는 말입니까? 혹시라도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은 말은 아닙니까? 이웃의 입가에 미소를 돌게하는 희망의 언어입니까? 이웃을 영원한 생명으로 안내하는 구원의 도구입니까?

“사람은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섬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교각(橋脚)다. 말 덕분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은 구조가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싸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말은 마음의 주인이다.”
(‘말의 품격’,이기주, 황소북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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