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혼인잔치 열린 키르벳 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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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혼인잔치 열린 키르벳 카나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8.06.2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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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의 혼인 잔치와 예수 - 1

갈릴래아 지방의 카나는 요한 복음서에서만 언급이 되는 장소이다. 이곳은 예수가 어느 혼인 잔치에 참석하시어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기적을 행하신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함께 읽을 본문인 요한 2,1-11이 “카나의 혼인 잔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런데 복음서의 내용을 우리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본문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익숙하다고 생각하는 본문이 더 이상 새로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본문일수록 우리는 마치 처음 읽는 본문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본문을 찬찬히 읽어야한다. 그 때 비로소 본문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일 것이다.

 

키르벳 카나. (사진출처=chtour.co.kr)

단락 나누기

<성경>을 펴서 읽어 보면 요한 2,1-12가 하나의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고 “카나의 혼인 잔치”라는 소제목이 붙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2,1-11로 단락 나누기를 하는 것일까?

우리 본문은 “사흘째 되는 날”이라는 시간적인 배경으로 시작한다. 우리 본문 바로 앞의 본문인 1,43-51은 예수가 필립보와 나타나엘을 부르신 장면인데, “이튿날”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한다. 또 그 앞의 본문인 1,35-42도 “이튿날”로 시작하고, 1,29-34의 본문도 “이튿날”로 시작한다. 따라서 우리 본문의 “사흘째 되는 날”이라는 표현은 새로운 단락의 전형적인 시작을 표시한다.

그리고 우리 본문의 공간적인 배경은 “갈릴래아 카나”이다. 그런데 12절에서 예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카파르나움으로 가셨고, 13절에서는 유다인들의 파스카 축제가 가까워지자 예루살렘으로 가셨다. 이렇게 카나 → 카파르나움 → 예루살렘로 이어지는 장소의 이동을 고려해 볼 때, 11절까지의 본문은 카나라는 동일한 공간적인 배경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을 전한다. 따라서 하나의 문학적 단위를 이루는 2,1-11 본문으로 단락 나누기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데 요한 복음서에는 카나의 자세한 지형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래서 카나의 정확한 위치에 대하여는 많은 논란이 있다. 갈릴래아 지방에는 요한 복음서에서 언급된 카나에 해당할 수 있는 장소가 세 군데 있는데, 카프르 칸나(Kafr Kanna), 아인 카나(Ain Qana), 그리고 키르벳 카나(Khirbet Qana)이다.

첫째, 오늘날의 카프르 칸나는 어원적으로 “지붕의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진 곳이다. 이것은 케프르 켄나(Kefr Kenna)로도 불리는데 나자렛에서 북동쪽으로 5km 가량 떨어진 아랍인들의 마을이다. 이곳은 나자렛에서 티베리아스와 카파르나움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17 세기경부터 성지 순례자들은 이곳을 복음서의 카나로 여기고 순례하기 시작하였다.

둘째, 아인 카나, 즉 카나의 샘은 나자렛에서 약 북쪽 1.5km 떨어진 곳에 있다. 셋째, 키르벳 카나는 나자렛에서 북쪽으로 14km 가량 떨어진 곳인데, 고대 거주지의 폐허로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사람이 살지는 않는다. 이곳은 벳 네토파 계곡(Beth Netofa valley)의 북쪽에 있는 제벨 카나(Jebel Qana), 즉 카나 산의 나지막한 언덕에 위치한다.

많은 고고학자들은 키르벳 카나를 복음서의 카나와 동일시한다. 왜냐하면 고고학적 발굴의 결과 예수 당시의 토기와 동전 등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명인 카나는 “갈대”를 의미하는데 키르벳 카나에는 갈대가 많은 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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