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신학자 가운데는 “그리스도교는 공산주의”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호세 미란다(Jose miranda)는 어떤 그리스도인이 마르크스주의에 반대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공산주의를 반대한다면 이것은 금세기의 가장 커다란 스캔들임에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호세 미란다는 <성서의 공유사상>(사계절, 1987; 원전 Communism in the Bible, Marykno11, Orbis Books, 1982)에서 공산주의를 세우려는 역사 안에서 마르크스주의는 한낱 일화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초대 그리스도교와 그 후 18세기 동안 공산주의 이념은 어떤 종류의 유물론도 없이 존속했다는 것이다.
미란다는 우리의 이웃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무한한 인간 존엄성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사도행전에서 전하는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는’(사도 2,44) 공동체는 실현될 수 없다”면서, 하느님 없이 실패한 공산주의의 증거로 ‘국가자본주의’가 된 소련을 예로 들었다.
미란다는 “성령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가르치듯이 개인의 이익과 이득을 이기적으로 추구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면서 공산주의를 무조건 무신론이나 유물론과 직결시키는 데 반대한다. 미란다는 공산주의를 비난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우리가 성령의 존재를 실질적으로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정신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것을 더 중시한다는 점을 고의적으로 무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수에 의해 유일한 것으로 확립되고 우리에게 남겨진 기준은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시게 해 주었다. 나그네 되었을 때 나를 맞아들였고, 헐벗었을 때에도 내게 입혀 주었다. 병들었을 때에 나를 찾아왔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도 내게로 와 주었다.’(마태 25,35-36)는 것이다.
이것이 정신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것에 더 큰 관심을 두는 태도라면, 자칭 공식적인 영성주의자들은 에둘러 말하기를 멈추고 비난의 화살을 예수 자신에게 돌려야 마땅하다.” - 《제3세계의 해방신학》, 분도출판사, 1993 재인용
사도행전을 지은 루카 복음사가는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33)고까지 말한다. 미란다는 “그렇다면 누구나 그리스도인이 되고자 한다면 그 조건은 공산주의”라고 단언했다.
일부에서는 초대 교회의 공산주의 실험이 실패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호세 미란다는 “산상 설교 역시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상 설교가 가진 규범적 성격을 박탈할 이유는 없다”면서 “이처럼 초대 교회의 공산주의가 현실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대한 규범적 성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상 예수조차도 “사실상 공산주의자”라고 미란다는 주장한다. 예수와 동행한 제자 공동체에서 유다가 돈주머니를 맡아 가지고 있었으며, 일행은 그 돈을 공동으로 소유하며 필요에 따라 받아서 썼다는 것이다.
복음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런 이야기들은 부자들과 부유한 교회를 곤란하게 만든다. 이를테면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르 10,27)는 말처럼 기득권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말은 없다. 제자들이 놀라서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물어보자 예수는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답변한다.
부자도 하느님 은총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즉, 밭에서 진주를 발견한 농부가 재산 다 팔아 그 밭을 샀던 것처럼, 부자도 제 힘으로는 어렵겠지만 하느님 힘으로는 아끼던 재물조차 포기하고 예수를 따르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출처]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한상봉, 다섯수레, 2014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