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황금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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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황금의 문
  • 송창현
  • 승인 2018.06.12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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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래아와 예루살렘- 14

“새 문”은 히브리어로 샤아르 하다쉬(Sha'ar Hadash)로서 예루살렘 북쪽 성벽의 서쪽에 있다. 이 성문은 1887년에 술탄 압둘 하미드 2세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성문은 예루살렘 성벽 바깥의 북쪽 근교에 자리 잡은 거주민들에게 구시가로의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루살렘 동쪽 성벽에 위치한 “황금의 문”은 현재 닫혀 있다. 이 성문에 대한 전승들은 대단히 많지만 그 역사적 신빙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유다인들의 미쉬나(Mishnah)에 따르면 올리브 산 맞은 편 성전 동쪽에 “수사의 문”(Shushan Gate)이 있었는데 붉은 암소 예식(민수 19,1-10)을 위해 사용되었다.

 

사진출처=imagingbible.tistory.com

헤로데 시대의 것인 이 옛 성문의 흔적이 현재 “황금의 문” 구조 아래에서 발견되었다. 이 성문은 아마도 피아첸차(Piacenza)의 순례자가 기원후 570년에 목격했던 것일 것이다. 그는 예루살렘의 북쪽 문은 성전의 한 부분이었던 “아름다운 문” 옆에 있었고 그곳에 문지방과 수평부분이 있었다고 기록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순례자는 “황금의 문”을 베드로 사도가 불구자를 치유한 “아름다운 문”과 연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황금의 문”은 로마 황제의 부인인 에우도키아가 5세기 중반에 이 베드로의 기적을 기념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존재했었다.

518년경의 테오도시우스(Theodosius)는 성지 주일에 예수가 성전의 북쪽에 있던 “벤야민의 문”(Gate of Benjamin), 즉 지금의 “성 스테파노의 문”을 통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실 “황금의 문”은 그 형태가 후기 비잔틴 시대의 것이다. 631년에 황제 헤라클리우스(Heraclius)가 페르시아인들이 614년에 훔쳐간 십자가를 되찾았을 때 그것을 맞이하기 위해 모데스투스(Modestus)가 만들었을 가능성도 주장된다. 그런데 건축 양식과 역사적 개연성으로 보아 현재의 구조는 칼리프 아브드 알-말리크에 의해 만들어졌다.

기원전 8세기에 이슬람인들은 이 성문의 사용을 금지하였다. 왜냐하면 이 성문을 통해 이슬람교도가 아닌 이들이 이슬람교 대사원에 출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중세에는 십자군들이 일 년에 두 번, 곧 성지 주일과 십자가 현양 축일에 “황금의 문”을 개방하였다. “황금의 문”이라는 명칭은 7세기경부터 사용되었다. “아름다운”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호라이아(horaia)와 “황금의”를 뜻하는 라틴어의 아우레아(aurea)는 그 발음이 유사해서 혼동되어 포르타 아우레아(Porta aurea), 즉 “황금의 문”으로 불려졌다.

“황금의 문”은 십자군 시대 이후에 닫혀있다. 현재 닫혀있는 “황금의 문”에 대한 유다인, 그리스도인, 이슬람인들의 다양한 설명이 존재한다. 유다인들은 에제 44,1-3에 근거하여 하느님이 이미 이 성문을 지나셨기 때문에 닫혀 있다고 설명한다. “그 사람은 나를 성전 밖, 동쪽으로 난 대문으로 다시 데리고 갔는데, 그 대문은 잠겨 있었다. 그때 주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문은 잠가 둔 채, 열어서는 안 된다. 아무도 이 문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이 이곳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겨 있어야 한다. 다만 제후는, 그가 제후이므로 여기에 앉아 주님 앞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는 대문 현관 쪽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그 길로 나가야 한다.‘“ 유다인들은 메시아가 올 때 이 성문이 열린다고 믿는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가 성전으로 통하는 이 성문을 지나가셨기 때문에 “황금의 문”은 닫혀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닫혀 있는 이 성문은 예수가 최후 심판을 위해 다시 올 때 열린다고 한다. 한편 이슬람인들은 장차 의인이 마지막 심판자와 함께 이 성문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황금의 문”이 두 개의 문, 곧 자비의 문과 회개의 문으로 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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