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전체가 예언적이어야 합니다, 공산주의자로 몰리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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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전체가 예언적이어야 합니다, 공산주의자로 몰리더라도"
  • 한상봉
  • 승인 2018.05.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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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12

도로시 데이

프란치스코 교종처럼 ‘공산주의자’로 몰렸던 사람으로 ‘가톨릭일꾼운동’을 창립한 ‘주님의 종’ 도로시 데이(Dorothy Day, 1897~1980)를 들 수 있다. 도로시 데이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이상을 빌려간 것”이라면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공산주의자들의 열정을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고백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전쟁 옹호론자들이 반전 운동을 벌이던 도로시 데이에게 “모스크바 메리!”라고 야유했지만, 도로시 데이야말로 가톨릭 사회교리를 자기 활동의 준칙으로 삼은 여성이었다.

요한 23세 교종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한 요한 23세 교종은 어떠한가? 교황이 되기 전 이탈리아 베르가모 교구에서 테데스키 주교의 비서로 사제 생활을 시작한 안젤로 론칼리(요한 23세) 신부는 라니카 제련소 노동자들이 파업했을 때, 교구장과 함께 노동자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하고, 교구 신문을 통해 파업 기금을 모아 주었다. 그러자 우익 성향의 <페르세베란차> 신문은 “주교의 자선금은 파업에 대한 축성이며 사회주의 운동에 대한 공공연한 강복”이라고 비판했다.

그때 론칼리 신부는 레오 13세 교종의 회칙 <노동헌장 (Rerum Novarum)>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옹호하고 있다면서 “교회가 정치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교회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답했다. 즉, 그리스도의 특별한 사랑은 ‘권리를 박탈당한 힘없고 박해받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돔 헬더 카마라 대주교

브라질 교회의 옹호자이며 해방신학자였던 돔 헬더 카마라 대주교(Dom Helder Camara, 1909∼1999)는 어떠한가? 카마라 대주교는 브라질 동북부의 빈민 지역인 레시페-올린다 대교구에서 가난한 이들과 평생을 보내고, 교구에서 운영하는 레시페 신학교를 해방신학의 요람으로 만든 사람이다. 그에게 따라붙은 호칭은 ‘가난한 이들의 형제’였지만, 다른 많은 이들은 ‘공산주의자’로 지목했다.

1955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성체대회에 참석했던 프랑스 리옹대교구 제를리어(Gerlier) 추기경이 카마라 대주교에게 “당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쓸 생각을 왜 하지 않습니까? 빈부의 격차는 창조주에 대한 모욕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회심한 카마라 대주교는 가난한 이들이 겪는 사회적 참상에 눈을 뜨고 브라질의 사회 구조악과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신했다.

당시 브라질은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해 인구의 10%도 안 되는 엘리트 특권층이 국민총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들과 결탁한 군사독재 정권과 언론은 이러한 현실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브라질 교회 역시 권력자들을 비호하며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는 교회가 전통적으로 행해 오던 복지사업만으로는 ‘가난’을 극복할 수 없다고 믿었다. 카마라 대주교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네 번씩이나 올랐지만, 군부독재에 의해 강론이 금지당했고, 레시페 지역에서 군인들은 총질을 했으며, 교황청마저도 레시페 신학교를 폐쇄하고, 결국 교구장 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했다.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면 그들은 나를 성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내가 왜 그들이 가난한지 이유를 물으면 그들은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른다.” 그가 죽고 나서, 3년 만인 2002년 카마라 대주교를 평소에 존경했던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Luiz Inácio Lula da Silva)가 노동자당(PT) 후보로 출마해 브라질 사상 최초로 좌파 성향의 대통령이 되었다.

카마라 대주교는 언제나 예언직에서 교회의 사명을 발견했다.

“교회 전체가 예언적이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교회는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목소리 없는 이들에게 주님의 목소리를 빌려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사야 예언서를 읽으시면서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라고 당신의 사명을 선언하신 주님처럼 행동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항상 교회의 사명이었습니다.”

[출처] <행동하는 교황, 파파 프란치스코, 한상봉, 다섯수레, 2014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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