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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습관을 키우는 학교

[이진권 칼럼] 

평화교육을 하러 학교현장에 갈 때가 있습니다. 새로운 시간과 관계속에서 미지의 세계를 맞이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설레임과 두려움, 흥분과 긴장이 묘하게 섞여 있는 듯합니다. 둥글게 둘러 앉아 잠시 몸과 마음의 고요함으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각 사람의 고유한 목소리로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한 친구가 차마 입을 떼지 못했습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잠시 시간을 두고, 다시 초대해도 역시 말을 꺼내기가 어렵습니다. 자연스레 다음 순서로 넘어가 함께 재미있게 놀이도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관계형성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어색한 채로 머물던 그 친구가 옆에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겁니다. 그러다가 잠시 가만히 있으면, 다른 친구들이 자연스레 다가가 말을 걸고 활동을 이어갑니다. 그 친구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다리를 꼬고는 큰 목소리로 끼어듭니다. 수업에 약간은 지장을 주는 듯하여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친구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읽어주고, 활동에 소극적인 그 친구에게 일부러 다가가서 움직이고 활동하게 격려했습니다. 점차로 그 친구는 활동에 재미를 붙이고, 끝날 무렵에는 자신의 진심을 조심스레 쪽지에 적어 냈습니다.

 

사진출처=pixabay.com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학기가 되면 전입과 전출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분위기와 관계속에 놓이게 됩니다. 아직도 감당해야 할 업무는 많아 보이고, 책임지고 보살펴야 할 학생들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긴장되고 스트레스가 많은 채로 바쁘게 움직입니다. 그런 와중에 잠시 짬을 내어 평화서클로 모입니다.

조금은 어색하지만 경청과 공감의 분위기에서 천천히 서로를 알아갑니다. 학교생활에서 존중받았던 경험을 나누면서, 교사라는 직업의 거룩함과 어려움을 공감합니다. 학교생활이 서로가 존중하는 공동체 문화가 되기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그룹토의를 했습니다. 학생을 진실되게 한 인격으로 존중해 보았는가?라는 성찰과 나부터 먼저 학생들을 존중하고, 동료들과 평등하고 민주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함께 노력해 가자라는 마음들이 서로 연결되어졌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교육운동가인 파커 파머는 성숙한 민주주의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의 습관’이 중요함을 역설합니다. 마음의 습관이란 경험(지성, 감성, 자기 이미지, 그리고 목적과 의미를 모두 포함하는)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반응하는 유형으로서, 사람들 안에 오랜 기간 동안 깊이 배어있는 것입니다.

이 마음의 습관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극단적인 대립과 긴장을 견디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해결하려 하거나, 문제를 회피하고 사적 영역으로 도피하는 경향을 띨 수도 있고, 이 갈등과 대립을 창조적으로 견뎌 내며서, 평화적으로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에너지로 전환시켜 낼 수도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민주주의를 위한 마음의 5가지 습관을 개발할 것을 역설합니다. 그 마음의 5가지 습관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우리는 이 안에서 모두 함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둘, 우리는 다름의 가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셋, 우리는 생명을 북돋는 방식으로 긴장을 끌어안는 능력을 계발해야 한다
넷, 우리는 개인적인 견해와 주체성에 대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다섯, 우리는 공동체를 창조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P 93-96)

하나 하나가 우리의 삶과 공동체 생활에서도 절실하게 요청되는 덕목들입니다. 이러한 덕목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적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훈련되고 계발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우리는 너무나 적나라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촛불운동 이후에 우리 사회 곳곳에 쌓여있던 다양한 형태의 몰상식과 폭력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감당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거대한 폭력적 구조와 문화들이 균열의 조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 힘겨운 시간과 과정을 잘 감당하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이곳 저곳에서 파커 파머가 지적한 ‘건강한 마음의 습관’들을 만들어 낼 사회적 인프라의 재구축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그 일에 가장 먼저 응답할 수 있는 곳이 학교 현장이기를 기대합니다. 학생과 선생님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배우고, 서로를 따뜻하게 존경하며,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공동체 생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긴장과 갈등들을 평화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능력과 습관들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형성되어 가기를 바랍니다.

이진권 목사
평화영성 교육센터 ‘품’ 대표

[ 가톨릭일꾼 www.catholicworke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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