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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없는 주교, 개념 없는 교회-대구대교구 정은규 몬시뇰의 정직처분을 바라보며

[한상봉 칼럼] 

복마전(伏魔殿, Pandemonium)이란 말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한자 그대로 ‘마귀가 숨어있는 집이나 굴’을 의미한다. 비밀리에 나쁜 일을 꾸미거나 활동하는 공간이며, 이익갈등으로 인한 이전투구가 횡행하는 곳이다.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 등을 둘러싼 비리로 시끄러웠던 인천교구 만큼이나 대구교구 역시 ‘종교적 복마전’의 대표적인 명소가 될 전망이다.

대구교구가 유신정권 이후 정교유착으로 기득권을 유지-확장해 온 대표적인 교구인 것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지만, 그 습성이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더 치졸하고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정도면 미래가 없다. 그 숨통을 어찌 해서라도 열어보겠다고 나선 사제들이 정은규 몬시뇰(1960년 서품)과 이강언 신부(1969년 서품)이다.

70대와 80대 원로사제들이 대구교구의 부패한 50년에 대한 사죄라도 하려고 나선 모양이지만, 지난 2월 26일 인사발령을 통해 조환길 교구장 주교는 정은규 몬시뇰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런 결정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고, 교구장에게 직접 ‘교구 쇄신’을 요청한 데 따른 징계조치로 보인다.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한다”는 말이 이럴 때 적당한 말인 듯싶다.

 

사진출처=대구대교구 홈페이지 캡처

아프게 사랑하는 교회, 원로사제들의 탄식

두 사제가 조환길 대주교에게 보낸 ‘교구 쇄신을 요청합니다’라는 편지에 드러난 문제의식이 다음과 같다.

“공의회의 가르침대로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요 ‘하느님의 백성’이라면 주교는 그 백성 ‘가운데서’(위에서가 아님!) 친교의 고무자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구는 ‘주교 있는 곳에 교회 있고, 백성 위에 주교 있다’를 생각하게 하는 주교중심주의, 권위주의가 지배하고 있고, 거기에다 세속주의, 물질주의까지 깊이 스며들어 있는 듯합니다.”

두 사제는 “주교의 리더십은 인간적인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영성적 깊이, 도덕적 힘, 지적인 능력에 달려 있다”면서, 교회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불평불만’으로 취급하는 조환길 대주교의 태도를 ‘교만’이라 꼬집고 있다.

“대주교님은 의견수렴은커녕 사제들의 자발적인 제언조차 비판으로 여겨 화답조차 하지 않고 묵살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더구나 존중받지 못하고 묵살 당한 그 제언이 우리와 같은 은퇴한 원로신부의 것이었다면, 그가 느낀 모욕감, 소외감, 무력감, 무용성은 노년의 비애와 맞물려 얼마나 더 크겠습니까?”

교구에 “비판과 건의를 하는 사제가 진정 교회를 사랑하는 사제들이 아닐까?” 묻는 이 사제들은 대주교에게 “부디 사업보다 사람을 중시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친한 사제들을 요직에 배치하고, 교구 조직마다 정보원(?)을 심어놓고 직보(直報)를 받으며, “소수의 영악한 사제들에게 이용당하는” 대주교는 “사제들 간의 상호신뢰와 일치의 구심점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분열을 야기하고 있다”는 게 두 사제의 판단이다.

 

사진출처=pixabay.com

사탄이 교회를 접수했다

대구교구의 부패상과 관련해 “교구의 부당한 금전수수는 거의 구조적이어서 발본색원이 쉽지 않다”는 말에 이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 몇 가지 사례를 읽어보자

“우리 교구는 거래은행, 매일신문의 거래회사, 대학의 용역회사, 교구운영 기관들, 기타 회사 등 각종 거래기관, 단체들로부터 합당하지 않은 금전을 받고 있으며, 00약품 도매상을 통해 국법이 금하는 제약회사들로부터의 리베이트도 받고 있습니다. 또 신자들의 봉헌금과 국가의 지원으로 교구가 운영하는 복지시설들의 돈마저 부당하게 유용 또는 전용하고 있으며, 교회 이미지를 크게 흐리는 골프장 영리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골프장을 운영하여 수입을 올리는 교구는 아마 세계에서 유일한 경우일 것입니다.”

“100주년 기념성당 설계자 선정 때는 특정인을 내정해놓고 ‘위장’공모를 하여 다수의 설계자들을 우롱하고 시간과 경비를 낭비하게 한 일, 조작 의혹을 일으켰던 시공회사 선정 등으로 인해, 다수의 설계, 건축 관계자들로 하여금 천주교의 불공정성을 비난하게 만들고 교회로부터 등을 돌리게 한 일은 결코 복음의 선포하는 교회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대주교에게 교회쇄신을 요청한 두 사제는 “우리 교구장 대주교님은 복음적 가난에 대해서는 전혀 개념이 없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들은 100주년 기념성당 설계자 선정과정의 문제뿐 아니라, 400억 원짜리 100주년 기념성당 신축 자체도 문제 삼았다. 선교를 위해서라면, 그 돈으로 성당 10개는 더 지을 수 있고, 굳이 교구설정 100주년을 기념하려면 소박하게 ‘문화 공간’을 마련하거나 ‘100주년 기념 자선병원’ 등을 짓는 게 복음적으로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장애인은 불과 7명인데, 큼직한 이층건물 여러 동에 독채 성당까지 있고, 대주교의 별장까지 딸린 ‘베들레헴공동체’ 역시 문제 삼았다. 교구 내 다른 사회복지 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할 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며, 여기에 신속하게 돈이 몰린 이유를 의심하며 그 가운데 “뇌물성, 보험성 금전이 얼마나 많을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사제들 말마따나 예수님은 베들레헴의 가난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는데, 그 “빈한(貧寒)의 상징”으로 이런 건축은 가당치 않아 보인다. 게다가 이 시설은 교구 사회복지회에 소속시키지 않고, 성00 씨라는 법적 명의로 되어 있는 것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 분은 명의상 시설장일 뿐이고, 대주교님이 사실상의 주인이냐?”는 대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사제들은 대구가톨릭대학교 병원이 약품도매상을 통해 리베이트를 받아왔다는 사건 처리과정에 대해서 문제 삼았다. 이 사건이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자, 전 매일신문사 사장이었던 이창영 신부를 통해 신자 검사장들에게 수사무마를 청탁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당시 의료원장 김준우 신부는 리베이트로 받은 돈을 교구 관리국에 인계하고 사임했으며, 칠곡 가톨릭병원 원장인 박강수 신부 역시 함께 사임한 연유를 묻는 것이다. 이는 결국 검찰 수사 무마에 대한 “최소한의 답례로 대주교님이 자진 실시하신 검찰 얼굴 세워주기”가 아닌가 묻는다. 정은규 몬시뇰 등은 “죄를 지었으면 교회도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구교구의 적폐는 역사성을 지닌 것이며, 그 연쇄고리와 질 나쁜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교회 지도자들의 ‘탐욕에 기초한 미련’ 때문이다. 사목자의 양심을 조금만 질끈 감으면 돈이 들어오는데, 하는 어리석은 욕심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교회에 대한 사랑’보다 자기애가 더 현실적인 모양이다. 대구교구와 조환길 대주교의 문제는 사실상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학교법인 선목학원(가톨릭대학교)과 관련해 교비유출 의혹, 신학생 생활비 유용 의혹, 대구교구 소유인 매일빌딩 임대료 관련 의혹, 비적격자 정규직 채용 의혹 등이 산적해 있다.

 

영화 'Killing Jesus' 중에서

바실리우스 “죽음은 저를 하느님께 더 빨리 데리고 갈 것입니다”

가파도키아의 수도인 카이사리아의 주교 바실리우스 성인(Basilius Magnus, 330경~379)은 이단으로 판정된 아리우스파를 지지하던 발렌스 황제와 갈등을 빚은 적이 있었다. 당시 발렌스 황제는 모데스투스 총독을 보내 바실리우스를 아리우스파로 끌어들이려고 온갖 협박과 회유를 거듭했다. 이를 거절하자, 총독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재산을 몰수당하거나 매질을 당하든지, 귀양을 가거나 사형당하든지 그중 하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때 바실리우스 주교가 한 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몰수당할 재산이 하나도 없습니다. ... 저는 추방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 제가 살고 있는 이곳도 제 집이 아닙니다. 귀하께서 저를 추방하시는 그곳이 바로 제 집이 될 것입니다. ... 누가 저를 고문할 수 있을까요? 저는 너무 허약해서 한 대만 맞아도 죽어 버릴 것입니다. 죽음은 저에게 은인입니다. 죽음은 저를 하느님께 더 빨리 데리고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무소유가 그에게 자유를 주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간질환을 앓았고, 엄한 금욕생활을 한 탓으로 49살에 이승을 떠났지만, 친구가 되어 평생 우정을 나누었던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우스는 바실리우스가 죽었을 때 추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분은 속옷 한 벌과 초라한 외투 한 벌로 사셨으며, 맨땅에서 주무시고 밤새 기도하셨으며, 목욕을 자제했습니다. ... 그분의 음식은 빵과 소금이었습니다.”

정은규 몬시뇰과 이강언 신부는 “우리는 복음정신으로 충만한 목자를 원한다”고 했다. 그래서 “복음이 교회활동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데, 우리 교구는 돈이 교구활동의 원동력입니까?” 하고 조환길 대주교에게 묻고 있다. “우리 대주교님과 사제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맞습니까?” 묻고 있다. 그리고 “교회 자체가 너무나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외투를 입고 있어서는 안 된다. 타락한 권세와 과도한 물질을 가지고 있는 교회는 적신(赤身)으로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증거할 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대주교에게 교구차원의 부당한 금전수수를 당장 중지하고, 외적인 발전보다 내적인 청렴으로 교구를 운영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 대주교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파 일부 주교대리 사제들과, 대주교의 눈을 가리고 있는 일부 동기 신부들을 적절히 조치하는 등 대대적인 인사쇄신을 부탁했다.

대구교구는 지금 폭풍 속으로 나아가고 있다. 눈먼 지도자가 눈먼 이를 인도하고 있으니, 교구의 앞날이 위태롭고 불투명하다. 여기서 가장 큰 영신적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해당 교구의 신자들이다. 특히 대구교구처럼 교회와 사제들에 대한 보수적 신앙으로 단단히 결속된 교구일수록 신자들의 상처는 더 극심할 것이다. 그리고 순수한 열정으로 복음을 따르고자 서약했던 뜻있는 사제들의 절망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이 사순절에 더 아프고 슬프다.

이 봄에, 마음 단단히 먹고 죽자. 그래야 새싹이 트이겠지, 죽음이 삶의 시작임을 거듭 확인하는 계절이다. 사순절, 정말 잔인한 사순절이 교회의 문턱을 넘어오고 있다.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 가톨릭일꾼 www.catholicworke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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