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예수 이야기의 배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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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예수 이야기의 배경들
  • 송창현
  • 승인 2018.02.05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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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래아와 예루살렘- 2

복음서의 이야기는 다양한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사건들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여러 행동을 통하여 그들의 특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의 행동들과 그것으로 구성된 사건은 특정한 장소와 시간 안에서 일어난다. 즉 이야기의 사건이 벌어지고 등장인물들이 행동하는 무대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배경(setting)이다.

이야기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배경을 여러 문법적인 품사들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등장인물들은 명사로 표현된다. 그 등장인물의 특징은 형용사로 표현된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사건은 동사로 표현되며, 이야기의 배경은 부사에 해당한다. 즉 이야기 안에서 등장인물들 사이의 사건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벌어지는가를 표현하는 것이 바로 배경이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 잡는 사람들. 사진=한상봉

이야기의 배경에는 시간적 배경, 장소적 배경 그리고 사회적 배경이 있다. 시간적 배경은 사건이 언제 일어났는가를 표현한다. 복음서에는 아침, 낮, 저녁과 같은 일상적인 시간 배경이 소개되기도 하고, 안식일, 축제 등과 같은 종교적인 시간 배경이 언급되기도 한다. 장소적 배경도 매우 다양하다. 산, 호수, 광야 등과 같은 자연적인 장소, 집, 마을 등과 같은 일상적인 장소, 회당, 성전 등과 같은 종교적인 장소가 있다. 그리고 배경에는 사회적 환경도 포함된다. 복음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당시의 정치, 종교, 사회, 문화적 배경, 당시 사람들의 생활 풍습과 사고 방식, 제도와 조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배경은 이야기 안에서 두 가지의 차원을 가진다. 즉 이야기의 배경인 시간, 장소, 사회적 환경은 사실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복음서의 시간적 배경으로 언급되는 새벽, 아침, 저녁, 밤 등은 사실적인 물리적 시각을 가리키기도 하고, 각각의 시간적 언급은 특별히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복음서의 예수는 어느 한 곳에만 가만히 머무르지 않으시고, 계속해서 움직인다. 예수가 다닌 여러 장소들과 길들은 복음서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 된다. 따라서 이 공간적 배경은 전체 복음서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복음서 이야기의 장소에는 자연적인 장소, 일상적인 장소, 종교적인 장소가 있다. 이외에 또 다른 분류로는 공적인 장소와 사적인 장소가 있다. 예수의 활동 공간 중에는 집, 마을, 호숫가, 회당, 성전 등 공개된 장소가 있다. 이들 장소에서 예수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하기도 하며, 반대자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그들과 논쟁을 한다. 한편 예수의 활동 공간 중에는 예수와 제자들이 함께 있던 집 안, 산, 예루살렘의 어느 이층 방, 겟세마니 등 사적인 장소도 있다.

복음서 이야기의 장소 중에는 과거 이스라엘의 역사와 구약 성경의 이야기를 회상시키는 곳이 있는데, 요르단 강, 광야, 바다(=호수), 산 등을 들 수 있다. 이집트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은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전에 요르단 강을 건넜다. 그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은 메시아의 도래를 준비하는 세례를 베풀었다. 광야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시험의 장소인 동시에 준비의 공간이었다. 그들의 40년 광야 생활은 시련인 동시에 약속의 땅을 위한 준비를 의미했다. 복음서에서도 역시 광야는 시험과 준비의 의미를 가진다. 광야에서 예수는 사탄의 유혹을 받으셨고(마태 4,1-11 병행) 공생활을 준비하였다.

구약 성경에서 바다는 혼돈과 파괴의 장소이다. 하느님의 능력은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고 갈대 바다를 가라 놓았다. 이처럼 예수도 호수의 풍랑을 가라앉혔고(마르 4,35-41 병행) 물 위를 걸었다(마르 6,45-52 병행). 구약 성경에서 산은 하느님 현현과 계시의 장소이다. 그리고 산에서 모세에게 율법이 주어졌다. 복음서에서도 예수는 산에서 영광스런 모습으로 변모하고(마르 9,2-10 병행), 새로운 가르침을 준다(마태 5-7장의 산상설교).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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