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메로 대주교 "여러분은 예언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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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로 대주교 "여러분은 예언자입니다"
  • 마리 데니스 등
  • 승인 2018.01.2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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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로메로-7

루틸리오 그란데의 죽음 후, 로메로는 고문 받은 사람들, 살해된 사람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과 테러당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의 지위를 이용할 것이다. 그의 주일 강론은 전국에 방송으로 퍼져나갔으며, 피의 바다에서 희망의 바다가 될 것이었다. 사진작가 언론인 짐 하니가 로메로의 말을 들은 것에 대하여 성찰했다.

"로메로가 대성전에 들어가 복도를 따라 내려갔을 때, 그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치 그가 말하기도 전에 그 자신이 희망의 말씀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 그가 말했을 때 … 그 주간의 죽음과 살해된 사람들을 나열하는 부분까지 말하자, 박수소리는 점점 더 강해졌다. 사람들의 응답으로부터, 그는 힘을 얻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틴 루터 킹의 운율적인 대위법식 설교가 아니었다. … 그의 설교는 청중을 강론의 힘과 상상의 일부가 되게 만들었다. 그는 때때로 준비한 말을 내려다보았지만, 대부분은 마음에서 자유롭게 우러나오는 말을 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반응하는 모습은 놀라웠다."

사람들의 정의를 위한 투쟁에, 그들의 십자가가 역사 속에서 죽어가고 부활하는 하느님을 드러내고 있는 사람들의 투쟁에 로메로가 회심한 것은 그의 영성에 있어 핵심적인 특색들의 하나가 되었다. 그의 영성의 정수는 취약한 이들과 운명을 함께 하는 역량이 점점 커지면서 형성되었다.

"푸에블라에서 우리가 선언한 것처럼, “수백만의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살고 있는 비인간적 가난의 상황은 가장 파괴적이고 굴욕적인 재앙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높은 유아 사망률, 적절한 주거지의 부족, 보건위생 문제들, 기아선상의 임금, 실업과 고용미달, 영양실조, 일자리의 불확실함, 강요된 대량 이주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제들을 경험하고 우리 자신이 영향을 받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우리를 전혀 신앙으로부터 분리시키지 않고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의 세계를 우리 자신의 참다운 집으로 여기며 그곳으로 돌아가게 합니다."(로메로,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로메로가 자주 홀로 있었던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홀로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있었다. 강간, 전기쇼크 고문, 참수, 고문, 그리고 수만 명의 살해된 사람들을 고발하는 것은 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비밀구치소의 고문실에서, 마리오나와 일로파고 감옥에서 로메로의 말들은 낙서로 쓰여지고, 긁어 쓰여지며 외워졌다. 대부분의 그의 말들은 비록 침묵속이지만 반복되고 기억되었다. 그의 말은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축복이었다.

부서진 이들을 안으며, 그리스도를 포옹하며

로메로가 길에서, 골목과 쓰레기 하치장에서 부어오른 시신으로 팽개쳐지고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들을 발견했을 때, 사라진 배우자들이나 아이들에 대한 소식을 들으려고 대교구청 사무실로 달려온 엄마들의 겁에 질린 눈을 들여다보았을 때, 본당 신자들과 함께 섰기 때문에 살해되고 부서진 사제들의 시신을 축복했을 때, 그는 역사의 그리스도를 포옹한 것이었다.

그는 폭력적인 탄압을 하는 사람들에게 반대하여 말했고, 고통받는 사람들, 저항하는 사람들, 쓰러지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것이 그의 예언자적인 선물이었다 –단지 권력에 대하여 진리를 말했을 뿐 아니라– 죽음을 통과하며 “구원적”이고 희망이 가득한 여정을 요청했다는 것이:

"하느님과 인간 존재가 역사를 만듭니다. 하느님은 그분 백성의 역사 속에서 인류를 구원하십니다. 우리 살바도르 사람들이 우리 자신의 역사 속에서 구원자이신 하느님의 현존을 추구할 때 엘살바도르의 역사는 구원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로메로, 사랑의 폭력에서)

로메로는 말씀을 이렇게 선포했으므로 그 말씀은 엘살바도르의 갈등의 역사 속에서 몸이 되었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수많은 백성에게 죽음을 가져왔던 가난과 억압을 고발하고 생명과 그 충만함을 선언하였다. 로메로는 모든 엘살바도르의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다스림을 증거하는 징표인 평화와 정의를 충만하게 하는 일에 참여하기를 요청하였다. 그는 이 일을 한결같이 진실하게 수행했기에 마지막에는 그가 선포했던 기쁜 소식 자체가 되었다. 또다른 살바도르 순교자인 이그나시오 엘라쿠리아가 말했던 대로, “로메로 대주교와 함께, 하느님께서 엘살바도르를 찾아주셨다.”

여러분은 세상 속에서 예언자입니다

산살바도르의 대주교로 재직했던 처음 3개월이 나머지 3년의 기반을 놓아 주었고, 1980년 3월 24일 순교할 때까지 그 모습은 견지되었다. 루틸리오 그란데의 죽음은 그를 뒤로 물러서게 하거나 교회와 그 자신의 생명까지 위험에 처하게 하는 선택을 다시 고려하는 대신, 마침내는 순교에까지 이른 여정으로 그가 첫 걸음을 내딛도록 만들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힘을 얻은 로메로는 그란데의 죽음 이후 수 주간 동안의 갈등적인 사회현실 한 가운데에서 교회의 사명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성 목요일에, 그란데의 죽음 후 수 주간 내에, 그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세상 속에서 예언자입니다. … 여러분은 예언자들처럼 선언해야 합니다 – 그리스도에게 기름을 부었던 성령에 의하여 기름 부음을 받은 예언자적인 사람들처럼 선언해야 합니다.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경이를 선포하고, 세상 속에서 행해지는 선을 격려하고 또한 적극적으로 악을 고발해야 합니다."(로메로, 1977년 4월 7일 강론에서)

그는 백성들에게 방관자가 되지 말고, 그들의 마음이 교회의 전통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도록 허용하고 그곳에서 그들의 집을 발견하라고 요청하였다. 이런 느낌은 후에 산살바도르에 있는 그의 묘비에 새겨질 것이었다.

"하느님의 말씀은 종교적인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 그리고 인간적인 사명도 지닙니다: 우리의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은 그들의 필요, 그들의 구체적인 상황에 관심을 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선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길가에 쓰러진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다."(로메로, 1977년 4월 7일 강론에서)

부활을 기다리면서, 그리스도의 무덤가에 있는 사람들

로메로는 점점 더 그의 영성을 특징지을 표징들 중의 하나를 정의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웃을 사랑한다는 의미가 매 맞고 강도에게 강탈당하고 길가에 버려진 가난한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돕는 것이고 그들의 피해상황의 원인을 고발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로메로의 영성은 또한 파스카 신비에 깊숙이 뿌리를 두고 있는데,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살바도르 사람들의 죽음과 부활에 통합시키고 있다. 그해 성 금요일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우리는 함께 그분의 부활을 기다리면서, 그리스도의 무덤가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 그분께 대한 우리의 결단을 성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다스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비겁한 사도들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부터 내내 충실하고자 합니다. 시간이 그것을 요구합니다."(로메로, 1977년 4월 7일 강론에서)

루틸리오 그란데가 죽은 후, 로메로는 백성들의 고난 속에서 그리스도의 고난을 동반하는 교회의 특징들을 정의하기 시작하였다:

교회는 사람들의 권리에 대하여 관심을 가집니다. … 그리고 위험에 처한 생명에 대해서도 … 교회는 말할 수 없는 사람들, 고통을 겪는 사람들, 고문 받은 사람들,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둡니다. 그렇다고 정치에 관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치가 “제단을 건드리기” 시작할 때에, 교회는 말할 권리를 갖습니다.

이점을 분명히 합시다: 교회가 사회정의, 평등, 그리고 사람들의 존엄성을 가르칠 때에, 고통 받고 살해되는 사람들을 옹호할 때에, 그것은 전복, 반역이 아니며; 마르크스주의도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교회의 정당한 가르침입니다.

그리고 로메로는 덧붙였다: “교회는 침묵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교회는 크게 소리쳐야 합니다.”

사제들에 대한 군부의 폭력적 살해

루틸리오 그란데가 죽은 후 다만 두 달이 지났는데, 알폰소 나봐로 신부가 산살바도르의 그의 본당에서 권총을 가진 괴한들에게 살해되었다. 다시 한번, 로메로는 신부의 장례미사를 엘살바도르의 백성들이 그들의 신앙의 순례를 계속하도록 격려하는 계기로 만들 것이었다. 순교로 가는 로메로의 여정을 똑같이 묘사할 구절로, 그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말하기를, 베두윈 사람이 이끄는 사막의 대상이 너무나 목말라서 신기루 속에서 물을 찾고 있었습니다. 베두윈이 그들을 안내했습니다, '거기가 아니라, 여기입니다.' 이런 일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마침내, 어떤 사람이 짜증이 나서, 권총을 들어 베두윈을 쐈습니다. 고통스러워하면서, 베두윈은 손을 뻗치고 말했습니다, '거기가 아니라, 여기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길을 가리키면서 죽었습니다."(로메로, 1977년 5월 12일 강론에서)

목격자에 따르면, 나봐로 신부는 그의 암살자들을 용서하면서 죽었다. 로메로는 나봐로의 죽음 속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 기쁨의 힘 … 이 순례를 계속하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희망의 역동력을” 찾으라고 격려했다. 더 강력한 폭력의 자극대신, 그는 사람들에게 “교회 안에서 새로운 사랑의 힘”으로의 초대를 보도록 격려한다.

그렇지만, 폭력은 점점 심해져 갔다. 5월에, 군대는 아길라레스의 루틸리오 그란데의 본당을 점령하였고, 전례담당자를 죽였으며, 외국인 사제를 추방하고, 교회를 군대 병영으로 만들었다. 6월에, 로메로는 본당을 되찾기 위하여 아길라레스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로메로는 교회에 모여 있는 긴장한 사람들에게 말했다:

"오늘날 이 교회를 모으는 것은 저의 책임입니다. 이 거룩한 곳은 오염되었으며, 성체를 모신 감실은 파괴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러한 불경스러운 태도 속에서 모욕을 당하고 희생되고 있습니다. … 저는 여러분에게 보내는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가져갑니다. 그것은 연대의 말씀이고, 격려와 지도의 말씀이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심의 말씀입니다."(로메로, 1977년 6월 19일 강론에서)

다시 한번 로메로는 석 달 전 엘살바도르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미사 때 했던 결단을 재확인하였다. 그의 영성의 파스카적 특징을 말해주는 구절에서, 로메로는 아길라레스의 본당에서 십자가에 못 박혔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하여 언급하였다.

"여러분은 십자가에 못 박히고 창에 옆구리가 찔린 그리스도의 모상입니다. 여러분은 모든 마을의 상징으로서, 아길라레스처럼, 공격을 받고 쓰러질 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신앙을 갖고 고통받으며, 여러분의 고통에 구원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면, 아길라레스는 해방의 귀중한 노래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로메로, 1977년 6월 19일 강론에서)

해방의 노래, 사랑의 폭력

로메로는 그의 백성이 겪는 고통의 구원적인 중요성을 희생자들이라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음의 성령과 함께 그들 백성의 해방에 참여하는 영감이 충만한 그리스도인들로 표현하였다:

"우리의 가슴속에 큰 사랑을 지니고 우리의 권리를 굳건하게 옹호합시다. 왜냐하면 이런 방식으로 우리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은 또한 죄인들의 회심을 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복수입니다."(로메로, 1977년 6월 19일 강론에서)

로메로의 영성생활의 깊이는 그가 순응의 대가와 회심의 대가를 말할 때마다 일별할 수 있다. 순응에 대하여 말하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평범함은 항상 다수이고 확실함의 용기는 항상 소수라는 사실이 잊혀지고 있습니다. 복음의 '넓은 길'과 '좁은 길'을 기억합시다. 이 어려운 시간에 주님의 진리에 승복하는 양심이 얼마나 필요합니까. 어려운 이 시간에 회심하려는 진정한 의지와 결합된 기도, 하느님과의 친밀함으로부터 삶의 천박한 경험들이 빚어내는 혼란스러운 시끌벅적을 끊어버리게 하는 기도, 특권이나 인기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지의 변화, 그리스도께서 그분의 복음의 뜻에 더 맞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여 질 때에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그 어떤 때보다 얼마나 더 필요한지 모릅니다."(로메로, 사랑의 폭력에서)

사회적 순응으로부터 진정한 진리로의 회심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일이다. 더 외교적이고, 더 친절하고, 덜 흥분하라는 주의를 받았을 때, 로메로는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복음이 실체가 없기를 너무나 바라기 때문에 그것이 구원해야 할 세계에 관여하기를 전혀 거부합니다. 그리스도는 지금 역사 속에 계십니다. 그리스도는 사람들의 움 속에 계십니다. 그리스도는 이제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을 가져오고 계십니다."(로메로, 사랑의 폭력에서)

오스카 로메로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생명을 바친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았고 죽었다.

[원출처] <오스카 로메로-삶과 글에 관한 성찰(1917~1980)>, 마리 데니스, 레니 골든, 스코트 라이트
[출처] <참사람되어>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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