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탄생 시기 로마제국과 종말론적 비전
상태바
예수 탄생 시기 로마제국과 종말론적 비전
  • 한상봉
  • 승인 2018.01.23 0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3

힘에 의한 평화, 로마의 제국화

초기 로마는 전제정치를 막기 위해 귀족 출신 가운데 2명의 집정관을 뽑아 1년씩 함께 통치하도록 했다. 집정관 한 명은 서부로 진격해 갈리아 지방(프랑스와 인근 서부유럽)을 다스리고, 다른 집정관은 동부로 진격해 시리아를 정복하고 약탈했다. 그런데 집정관들이 군벌이 되면서 로마는 내전에 돌입한다.

처음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와 맞서 싸웠고, 이후 카이사르의 추종자들과 브루투스 등 암살자들이 맞서 싸우고, 마지막으로 카이사르의 양자였던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가 싸우다가 악티움 해전에서 옥타비아누스가 승리하였다. 결국 옥타비아누스가 20년 간의 내전을 종식시키고 지중해에 평화를 가져옴으로써, 원로원으로부터 라틴어 칭호인 ‘아우구스투스’(신적인 존재), 또는 그리스어로 ‘세바스토스’(예배를 받으실 분)라는 칭호를 받아 사실상 ‘단일 황제’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이루어낸 평화는 전쟁을 통한 평화, ‘승리를 통한 평화’였다.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다스릴 또 다른 나라

한편 같은 시기에 “이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대청소”를 뜻하는 종말론이 풍미했는데, 다니엘서와 <시빌의 신탁> 같은 예언서였다. 다니엘서는 무질서한 바다에서 솟아나는 야생 짐승으로 묘사되는 네 개의 제국에 이어 하느님 왕국이 도래하리라 예언했다. 바빌로니아, 메대,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제국에 이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제국은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다스리는 나라이다. 창작된 예언으로 알려진 <시빌의 신탁>(Sibylline Oracles)에서 묘사하는 하느님 왕국은 로마제국과 전혀 다르다.

“땅은 벽이나 말뚝을 나누어지지 않은 채,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나뉠 것이다. 그러면 땅은 보다 많은 열매를 자발적으로 생산할 것이다. 생활은 공동으로 하며 재물도 분할되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없을 것이며 폭군도 노예도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어느 누구도 더 이상 크거나 작은 자로 취급되지 않을 것이다. 왕도 없고 지도자도 없다. 모두가 함께 동등할 것이다.”

모든 제국들이 ‘승리를 통한 평화’ 프로그램을 주장할 때, 하느님의 종말론적 왕국은 ‘정의를 통한 평화’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모두 평화를 목표로 하지만, 하나는 폭력으로 하나는 비폭력을 통해 이루고자 한다. 이 대륙판들이 서로를 밀면서 갈아대고 있는 상황이 기원전후 1세기 상황이었다.

하느님의 대청소

하느님의 제국 대청소 방법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므깃도 산’이라는 상징적인 산에서 마지막 큰 전투를 치른다. 요한묵시록의 ‘아마겟돈’(Armageddon)은 므깃도 산의 히브리어(Har Megiddo)에서 나온 말이다. “나에게 복종하지 않은 모든 민족에게, 화가 나는 대로, 분노를 참지 않고 보복하겠다.”(미가 5,15)

다른 대답은 ‘시온 산’이라는 상징적인 장소에서 벌어지는 마지막 큰 잔치에서 회심한다는 대답이다. 모든 민족들이 유대교로 개종하는 게 아니라 정의와 평화의 하느님께 회심한다는 것이다.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잘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 그분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겨레들에게 씌워진 너울과 모든 민족들에게 덮인 덮개를 없애시리라. 그분께서는 죽음을 영원히 없애 버리시리라. 주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내시고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치워 주시리라.

정녕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날에 이렇게들 말하리라. “보라, 이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이분께 희망을 걸었고 이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 이분이야말로 우리가 희망을 걸었던 주님이시다. 이분의 구원으로 우리 기뻐하고 즐거워하자. 주님의 손이 이 산 위에 머무르신다.”(이사 25,6-10)

참고__

<첫번째 크리스마스>, 마커스 보그 & 존 도미닉 크로산, 한국기독교연구소, 2011
<하느님과 제국>, 존 도미니크 크로산, 포이에마, 2010
<예수의 독설>, 김진호, 삼인, 2008

한상봉 이시도로
<가톨릭일꾼> 편집장
도로시데이영성센터 코디네이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