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과 신비의 통합, 로메로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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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과 신비의 통합, 로메로 대주교
  • 마리 데니스 등
  • 승인 2017.12.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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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로메로-2
Óscar Arnulfo Romero

로메로는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산살바도르의 대주교로 있으면서, 뛰어난 사목자가 되었다. 그는 가난한 농촌 공동체와 소외된 도시 본당들의 백성을 만나기 위하여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러나 또한 그는 예언자였고, 마지막에는 순교자였다.

그는 자신의 피를 그의 백성들의 피와 섞었다. 사목자, 예언자, 그리고 순교자로서 오스카 로메로는 하느님의 사랑과 가난한 이들의 사랑을 신비가의 가슴과 일치시켰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보는 것을 배웁니다 – 그리스도의 얼굴은 또한 고통 받는 인간 존재의 얼굴이기도 하고, 못 박힌 사람들의 얼굴,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 성인의 얼굴, 그리고 모든 사람의 얼굴입니다 – 그리고 우리는 후에 판단 받을 기준으로 서로를 사랑합니다: ‘내가, 굶주렸을 때 너는 나에게 먹을 것을 주었다.’”

성인들은 예언자들, 순교자들, 신비가들 혹은 치유자들이라고 정의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범주들이 겹치기도 한다. 그러나 예언자가 또한 동시에 신비가가 되거나 신비가가 동시에 예언자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역사의 불꽃에 사로잡히고 정의라는 거대한 구멍에 들어간 예언자적 유형들은 거의 신비주의라는 내적인 영역을 동반하지 않는다. 반대로, 신비가들은 시장을 피하고 하느님을 만나는 기쁨에 탕 하고 열리는 침묵의 문들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범주들은 정확하지 않은 이원론에서 나온 것이다. 무한한 깊이와 집중성을 지닌 내적인 삶이 없다면 일어나는 스캔들과 고민꺼리를 견딜 수 있는 예언자들은 거의 없다. 그리고 가르멜의 신비스러운 산을 올라가 신비의 위대한 정상에 도달하려는 사람들은 축복이나 저주로 역사를 밀어대고 있는 오합지졸의 사람들을 끌어안기 위하여 세상 한복판으로 되돌아가 걷지 않는다면 결코 신비의 정상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모든 영성에 대한 도전은 이것이다: “우리는 불의한 고통 한 가운데에서 하느님에 대하여 어떻게 말할 것인가?” 그러한 영성은, 오스카 로메로가 했던 것처럼, 영성의 예언자적 차원과 관상적 차원을 고유한 방식으로 통합해야 할 것이다. 신비적 용어는 하느님 사랑의 무상성을 표현하고 있다; 예언자적 용어는 하느님의 이 사랑이 만들어내는 요구들을 표현하고 있다. 구스타보 구티에레즈 신부가 표현하는 것처럼,

“예언자적 차원이 없다면 관상의 용어는 하느님이 행동하는 역사, 우리가 하느님과 만나는 역사에 대하여 아무런 포착을 하지 못하는 위험에 처한다. 신비적 차원 없이 예언의 용어는 그 비전을 좁히게 되고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는 하느님에 대한 인식을 약화 시킨다. ⵈ 이 두 영역의 용어들은 욥의 경우처럼, 라틴아메리카의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무죄한 사람들의 고통과 희망으로부터 일어난다.”

매우 실제적인 의미에서, 로메로의 영성은 가난한 사람들의 영이다. 로메로는 엘살바도르의 가난한 사람들이 참으로 영의 축복을 받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로메로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의 마음을 열었을 때, 그들은 백배로 그에게 되돌렸다.

오스카 로메로의 영성은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신비로 물든 복음의 영이다. 예수님처럼, 로메로는 하느님이 특별한 방식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다른 어떤 소식도 아닌 이 기쁜 소식을 말, 행위, 그리고 증언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전하였다.

오스카 로메로의 영성은 또한 가혹한 살바도르인의 역사 속에서 육화된 영이며, 죽음의 우상들과 갈등을 겪으며 형성된 생명의 영이다. 로메로의 이야기는 억압의 굴레를 깨뜨리고 자유를 얻기 위하여 애쓰는 사람들, 수년 동안 사회적 배제의 광야에서 방황하고, 정의와 평화의 약속된 땅에 도착하기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역사와 나란히 있다. 그의 말들은 이 여정의 요구들을 증언한다:

“살바도르 사람들의 생명을 섬기든가 아니면 그들의 죽음에 공범자가 되든가 하는 선택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로메로,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마지막으로 오스카 로메로의 영성은, 순교자들의 영이다. 엘살바도르에서 순교자가 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운명에 온전히 참여하는 것이다. 로메로의 말대로 하자면,

“생명의 하느님에 대한 가장 위대한 신앙의 징표는 기꺼이 자신들의 생명을 내어놓는 사람들의 증언입니다.”(로메로,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원출처] <오스카 로메로-삶과 글에 관한 성찰(1917~1980)>, 마리 데니스, 레니 골든, 스코트 라이트
[출처] <참사람되어>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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