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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가 죄가 되나요? 아니 낙태가 꼭 범죄가 되어야 하나요?

[이은석 칼럼]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적절할지 아니면 무모한 지 며칠 고민을 했습니다. 관심 밖 이야기라기보다는 스스로도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조금 화가 났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정의당 소속 세 분의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글을 읽었습니다. 정의당이 낙태죄 폐지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게시하신 분은 교회의 가르침에 벗어나 낙태를 합법화하려는 세 분의 의원을 파문해야하고 영성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한편 웃고 넘어 갈수도 있는 일이긴 합니다. 그리스도교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 못하는 이 시대에 파문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화가 났던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철저하게 시대 언어를 읽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교회의 현실이 답답했고, 둘째는 자신의 옳음을 폭력적 방식으로 성취하려는 낡은 습성 때문입니다.

 

사진출처=pixabay.com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논란

이 논쟁 아닌 논쟁의 시작은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란에 지난 9월 30일 올라온 청원에서 시작됩니다.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는 청원은 10월 30일까지 235,372명이 참여하였고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이 청원의 개요는 아주 간단합니다.

첫째, 인공유산을 범죄화하고 있는 현행법을 폐기하라. 둘째, 119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사용가능한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을 합법화하라는 것입니다. 이 청원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교회의 몇 분이 SNS를 통해 열심히 비판의 글을 올리시고 이제는 교회가 공식적으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란에 올라와 있는 낙태죄 폐지 반대 논지도 간단합니다. 첫째, 낙태는 태중의 아이를 직접 죽이는 일이기에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둘째, 임신에 대한 책임은 남녀 모두에게 동일하고 남성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잉태된 생명의 보호는 사회적 책임이므로 연대의 문화가 필요하다. 넷째, 낙태죄 폐지는 우리 사회가 생명을 돌봐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이고 여성의 건강을 해치고 성의 본질적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상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어떤 입장에 동의해야 할까요? 하느님으로 비롯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기본입장이고 수태의 순간부터 독립된 생명인 태아의 삶을 인간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기에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는 일과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일이 충돌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또 다른 그리스도교의 관점인 가난한 이, 약한 자를 먼저 선택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도 답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제까지 교회가 가르쳐왔던 원칙을 고수하는 모양이 더 적합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꼭 지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낙태, 의학적으로 인공유산이 하느님 앞에서 생명을 죽이는 죄가 될지언정 그리스도교가 지배 가치가 아닌 한국 사회에서 왜 범죄가 되어야 하고 처벌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어떻게 답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더 심한 것은 낙태라는 범죄의 처벌은 온전히 여성과 낙태를 시행한 의료인에게만 부과하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방정식이 더 복잡해집니다. 스승 예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실까요?

단죄보다 자비가 더 필요하다

그리스도인은 이 땅에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세상의 삶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면서도 세상의 논리로 사는 사람들을 단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모습’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복음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생명에 대해 더 엄격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관점을 온전히 이해하며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단죄하는 일에 앞장서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낙태를 선택했기에 감내해야 하는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자비의 손길을 내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어떠한 상황이건 하느님께로부터 선물 받은 생명을 소중히 여겨 한 인간으로 온전히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키울 수 있는 사회의 표양이 되어야 합니다.

"너의 잘못은 우리 모두의 탓이었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는 가난 때문에 결혼을 미뤄야 하고, 교육 때문에 출산을 주저해야 합니다. 전쟁에서 적국을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 것처럼 서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는 세상입니다. 교회가 세상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자세라면 이런 현실의 처절함과 대화를 나눠야 합니다.

저의 짧은 생각이지만 스승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그래 참 많이 아프지, 이제 아프지 말자. 너의 잘못은 우리 모두의 탓이었어,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나눌 수 있었다면 아픈 결정을 하지 않았을 거야. 이제 아파하지 말고 부끄러워하지 말고 함께 살아보자. 그게 바로 하느님 나라니까.”

짧게 사족을 달자면, 낙태를 죄악시하는 분들이 늘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성의 본질적 의미입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일이지만 음식을 통해 우리는 풍부한 만족과 인간관계를 유지합니다. 성이 본질적으로 출산을 위한 일이지만 인간은 성을 통해 사랑의 의미와 관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너무나 쉽게 단정을 내리고 무책임을 얘기하는 태도는 참 그리스도인답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석 베드로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사무국장

 

[ 가톨릭일꾼 www.catholicworke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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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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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 2017-12-02 22:58:40

    낙태가 보기 싫으니 어둠으로 밀어두자는 것이겠지요. 양성화해서 여러가지 대안을 준비하고 근본적인 치유로 가려는 노력보다는 윽박지르고 겁주며 가르치려 드는 것으로 만족하겠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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