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하느님께 아첨하지 마라
상태바
기도, 하느님께 아첨하지 마라
  • 죠안 치티스터
  • 승인 2017.11.06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에만 원장이 말했다: “물의 본성은 유연함이며 돌의 본성은 딱딱함이다. 그러나 병에 물을 가득 채워 돌위에서 한 방울씩 떨어뜨리면 돌에는 마침내 구멍이 생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말씀은 부드럽고 우리의 마음은 딱딱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자주 듣게 되면 그들의 마음은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에 열리게 된다.”

전통적인 기도의 정의에 유일하게 한가지 틀린 점이 있다. 그것은 하느님을 잘못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된 가르침은 “기도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하느님께 들어 올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하느님을 우리자신 바깥에 있는 어떤 제왕같이 당당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심판관 같이 생각한다. 그러나 물질과 정신은 함께 있는 것이며 때로는 분자로서 때로는 에너지로 존재한다는 과학의 새로운 인식과 함께 하느님이 구름 위 어딘가에 있는 거만하고 의심스러운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제시한다.

하느님은 우리를 활성화시키는 에너지 바로 그 자체이다. 하느님은 큰 성경을 든 남자 인간이 아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이끌고 움직이게 하는 성령이다. 하느님은 우리 안에서 우리를 생명에로 부르는 소리이다. 하느님은 개인적으로 공동으로 우리 안에 충만함을 이루기 위하여 오려고 노력하는 실체이다. 그렇게 우주적이고 인격적이며 내적이고 열정적인 하느님께 우리가 기도하는 것이다.

 

사진출처=pixabay.com

기도는 오래, 천천히 걸리는 과정이다. 먼저 기도는 우리가 얼마나 하느님의 정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지 진심으로 깨닫도록 해준다. 생각들이 우리에게 낯설 때, 기도의 과정 자체가 지루하고 의미없게 느껴질 때, 자신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 앞에 고요히 앉아있는 것이 시간 낭비로 보여질 때에 우리는 아직도 기도를 시작조차 못한 것이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한 복음, 한 말씀, 침묵의 어느 한 순간에 우리는 우리자신에 대해 알게 되고 우리를 사로잡으려고 하시는 하느님과 우리 스스로가 세워놓은 장애물들을 보게 된다.

관상가는 우주로부터 만족을 얻어내기 위하여 기도하지 않는다. 하느님은 생명이시며 인류의 변덕스러움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찬 자동기계가 아니다. 하느님은 삶의 (생명의) 목표이며 충만함이고, 삶의 핵심이며 생명의 오심이다. 관상가는 그들의 작은 계획에 따르는 세상을 다시 만들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 대해 열리기 위하여 기도한다.

관상가는 거룩한 분노를 달래거나 거룩한 자아에 아첨하기 위하여 기도하지 않는다. 관상가는 점차로 하느님의 현존 속에 침잠하고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사는 것을 배우기 위하여 기도한다. 또한 자신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에 흡수되기 위하여 기도한다. 관상가는 침묵이 자리잡고 하느님의 현존이 말보다 더 명료하고, 현존이 생각보다 실제로 더 채워질 수 있을 때까지 기도한다. 한번에 한번의 기도로 굳은 마음은 풀어지고 싫증난 마음이 다시 새롭게 활기를 되찾으며 정신은 깨우침으로 비워진다.

관상가는 우리 가운데에 한 사람으로 존재하며, 그의 기도는 자신과 세계 안에서 일하시는 하느님의 현존과 행위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고 조금씩 조금씩 우리 모두의 작은 왕국을 만들어내는 자율성과 자아의 우월화라는 환상의 불을 꺼지게 한다. 관상가는 자아를 넘어서며 자아의 모든 착각들을 넘어 생명 그 자체로 향한다. 한번에 한 기도로서 관상가는 자신의 마음이라고 주장하는 마음 속에서 하느님의 마음이 고동치도록 허락한다.

관상가는 자아 안으로 내려가고, 비움의 터널 깊이 내려가 삶의 중심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발견하며 그것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탐구가이다. 무엇보다도 관상가는 세상을 바라보며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현존과 행위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왜냐하면 관상가가 되기 위해서 기도는 대화에 이르는 열쇠이며 점차적으로 모든 것인 침묵에 이르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원출처] <Illuminated Life, Monastic Wisdom for Seeker of Light>, Joan Chittister
[출처] <참사람되어> 2000년 11월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