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요셉을 아버지로, 예수를 형제로 둔 야고보는 20명 정도
상태바
[예수, 그 낯선 분] 요셉을 아버지로, 예수를 형제로 둔 야고보는 20명 정도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10.02 1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수와 고고학 - 18

르메르는 유골함에서 죽은 사람의 이름과 함께 그 형제의 이름이 적히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라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런데 야고보의 유골함에 예수의 이름이 적힌 이유는 그 예수가 매우 유명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야고보 또한 이미 예루살렘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유골함에 굳이 그의 형제 예수의 이름을 새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또한 유골함의 명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일 목적으로 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적이고 개인적인 목적으로 새겨진다는 점에 우리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야고보의 형제인 예수의 이름이 새겨진 이유는 조상들의 이름을 죽은 사람의 이름과 함께 새겨 넣는 유다인 풍습에 비추어 설명될 수 있다. 또한, 가족 중에 다른 여러 야고보와 구별하기 위하여 그의 형제가 언급되었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이 야고보의 유골함이 그의 형제 예수에 의해 마련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르메르는 기원후 30년에서 70년 사이에 예루살렘 주민 중에서 요셉이라는 아버지와 예수라는 형제를 가진 야고보는 20명 정도일 거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만일 성인이 되기 전에 죽을 확률, 유골함을 사용할 확률, 문맹일 확률 등을 고려하면, 세 조건을 모두 갖춘 야고보는 20명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특히 야고보 유골함의 출처가 불분명한 것은 그 명각에서 언급된 인물들의 정체를 밝히는데 한계가 된다. 르메르에게 유골함을 제공한 오데드 골란은 그 출처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유골함 명각에서 언급된 세 인물의 정체에 대한 확실성을 약화시킨다.

<예수의동생야고보유골함의비밀>, 허셀 생크스(Hershel Shanks), 벤 위더링턴3세(Ben Witherington III) 이원기 지음 | 찬우물 | 2004

다른 한편, 고고학적인 측면에서 당시 유다인의 장례 풍습과 유골함의 사용은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당시 유다인들은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이나 땅을 파서 만든 무덤에 시신을 매장하였다. 부유한 이들은 전자를 사용했고, 가난한 이들은 후자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유골함은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 안에서 사용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예수와 야고보의 장례를 고고학적이고 문학적인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다. 예수의 가족은 바위를 깎아 만든 가족묘를 가질 만큼 부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예수의 경우, 십자가형을 당하고 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에 매장되었으므로 땅에 무덤을 팠을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복음서는 예수의 시신이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의 가족묘인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안장되었다고 한다(마르 15,46 병행). 그런데 야고보의 경우, 그가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매장되었다는 그 어떤 증거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율법을 범한 죄로 고발되어 돌에 맞아 죽은 야고보의 시신이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안장되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즉 야고보는 땅을 파서 만든 무덤에 묻혔을 것이다. 따라서 야고보의 유골이 유골함 안에 보관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리고 이 유골함의 명각에서 언급되는 야고보와 예수는 신약 성경과 요세푸스에서 표현되는 “주님의 형제”, “나자렛 예수” 혹은 “예수 메시아” 등과는 달리 평범하게 소개된다. 이러한 차이는 명각에 언급된 야고보와 예수의 정체를 밝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야고보의 유골함 명각에서 야고보가 “주님의 형제”이고 예수가 “나자렛 예수”일 개연성을 입증할 만한 그 어떤 증거도 우리는 발견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 유골함은 오히려 요셉이라는 아버지와 예수라는 형제를 둔 어느 평범한 야고보의 것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르메르가 발표한 이른바 야고보의 유골함과 그 명각은, 역사적 예수와 야고보의 관계, 그들 각자에 대한 그 어떤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