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웬] 가족의 성소: 친밀함이 고독에 뿌리를 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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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 가족의 성소: 친밀함이 고독에 뿌리를 둘 때
  • 헨리 나웬
  • 승인 2017.09.26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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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선물은 친밀함의 선물을 가능하게 해준다. 사도 바오로는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십시오”라고 말한다. 하느님의 사랑의 성령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고독 속에서 함께 살 때 우리는 서로 참다운 친밀함을 나누는 상황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 때가 되면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것을 생각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행하게 된다. 그러나 친밀함이 고독이 아니라 두려운 외로움으로부터 나오게 되면, 그것은 재빨리 움켜쥐고 집착하는 소유의 모습으로 변질된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자신들의 가장 깊은 필요를 채우라고 요구하게 되면 비인간적인 짐을 서로에게 지우고 질식시키는 관계가 되어버린다. 부모가 자신들의 채워지지 못한 애정과 공감대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자녀들을 이용하게 되면, 아이들을 구속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삶을 이루기 위하여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 당신이 이웃을 하느님으로 만들 때에 당신자신은 악마가 되어 버린다.

 

사진출처=pixabay.com

그러나 친밀함이 고독에 뿌리를 둘 때에, 당신들은 서로에게 인격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서로를 더 깊게 헤아릴 수 있게 된다. 고독에서 나오는 친밀함은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넓게 진리를 꿰뚫어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깊게 평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가 포용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사랑을 깨달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 때에 우리는 서로를 채워주기 위하여 애쓰는 연인들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끌어안는 영원히 충만한 사랑을 서로가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고독으로부터 생겨나는 친밀함은 부모들에게 심오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결혼한 부부들 사이에 어떤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에서는 참다운 움직임이 가능하게되며 춤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친밀함 속에서 동반자들은 서로에게 매달리지 않으며 뒤로 앞으로, 가까이 그리고 멀리 움직인다.

이러한 종류의 친밀함은 일시적인 침묵, 부재의 순간들, 신체적인 거리, 질병과 약함을 허용한다. 그러나 친밀함은 또한 유쾌한 즐거움, 아름다운 감각적 쾌락, 육체와 정신의 온전한 표현, 그리고 전적인 내어 맡김과 더 없이 행복한 일치...도 허용한다. 고독에서 나오는 친밀함 안에는 황홀경과 단말마의 고통이 함께 자리를 잡으며 함께 하는 삶의 역동적인 새로움을 심화시킨다.

그러나 이것만이 아니다. 고독에서 비롯되는 친밀함은 동반자들이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공간을 만들뿐 아니라 다른 이들­, 특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준다. 결혼의 친밀함은 그 안에서 아이들이 자리잡고 성장하며 발전할 수 있으며, 죄책감 없이 떠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결혼생활의 친밀함은 부부로 하여금 그들 자신의 아이들을 자기들 집에 들어오는 손님으로 여기도록 해준다. 그리하여 손님인 아이들은 어떤 설레임, 경이로움, 기대를 받게 되고, 자신들의 탈렌트를 발견하고 즐길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고, 집을 떠나 자신들의 고유한 여정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집에서 살아가게 된다.

고독으로부터 나오는 친밀함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넓고 더 큰 신비스러운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아이들, 친구들, 나그네들이 두려움 없이, 경쟁심이나 시기심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이 공간 속에서 그들 자신의 고독을 발견하고 가장 깊은 자아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그러므로 가족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친밀함의 신비는 이것이 다른 사람들을 배제시키지 않고 오히려 그 친밀함 안에 그들을 다 포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성숙한 가족의 삶은 환대하고 대접하는 삶이다. 사랑의 신비는 그 사랑이 공간을 창조한다는 것이며, 가족의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낯선 이들을 위한 공간을 창조한다는 점이다. 가족에게 고독과 이어서 친밀함이 없어진다면 그곳에는 낯선 이들을 위한 공간도 없어진다... 그러나 가족 안에 사랑이 있을 때, 제한되지 않는 공간이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열린다.

가족 구성원들간의 사랑은 그들 자신이 담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크다. 가족의 고독과 친밀함 속에서 구성원들은 인간적인 함께함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구성원들은 거룩한 사랑을 환기시키고 그 사랑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증인들이 된다. 이 광대한 하느님의 사랑, 가족 안에서 표현되는 이 거룩한 사랑이 있기에 낯선 이들은 가족 안에서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그 사랑 안에서, 낯선 이들은 친구들이 될 수 있다. 그렇다, 가족의 구성원까지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이 어떻게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영성과 가족”」에서

[원출처] <Henri Nouwen>(Robert A. Jonas, Orbis, 1998)
[출처] <참사람되어> 200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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