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평화를 배우고 익히는 ‘평화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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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평화를 배우고 익히는 ‘평화의 학교’가 되어야 한다
  • 이진권
  • 승인 2017.09.19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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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권 칼럼]

내가 살고있는 인천지역에서 3일에 걸쳐 회복적 서클(Restorative Circles) 입문 워크숍을 진행했다. 관심있는 시민들의 평화만들기 역량을 키워, 마을과 지역에서부터 평화의 기운과 시스템을 구축해가고자 하는 바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복적 서클은 도미니크 바터(Dominic Barter)에 의해 1990년대 중반 브라질 빈민가에서 시작되었다. 이 회복적 서클은 극도의 갈등과 폭력이 난무하는 빈민가에서, 갈등과 폭력과 관련된 사람들(행위자, 피행위자 뿐만이 아니라, 해당 사건과 관련된 공동체 구성원들, 진행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이 동등한 자격으로 함께 모여, 서로의 진심과 바램을 서로가 충분히 듣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대화하면서, 공동의 지혜를 모아서 풀어가는 모델이다.

이 모델은 대화의 구조와 방식에 있어서는 참여자들의 느낌과 욕구에 주목하며, 공감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갈등의 평화적, 창조적 해결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비폭력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철학과 모임구조에 있어서는, 갈등과 폭력의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진심을 토로하면서, 상처를 치유하고(피해자), 책임있는 반성과 행동이 이어지며(가해자), 깨어진 관계와 공동체를 복원하는 회복적 정의운동(Restorative Justice Pratice)으로부터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회복적 서클(Restorative Circles)의 전 과정은 사전 서클, 본 서클, 사후 서클의 3 단계로 이루어진다. 회복적 서클의 시작인 사전 서클(Pre-circle)에서는 갈등을 유발시킨 행위를 확인하면서, 그 의미를 이해하고, 관련된 사람들의 참여를 확인하고, 서클에 초대하는 과정이다.

본 서클에서는 문제가 된 행위에 대한 상호 이해, 서로의 진심과 욕구에 대한 확인과, 이에 대한 자기-책임지기, 그리고 앞으로의 행동계획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후 서클에서는 행동계획의 실행여부를 확인하고, 충족된 욕구에 대해 축하하고, 미진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다시 확인하고 계획을 세우는 작업들이 진행된다.

회복적 서클이 가진 두드러진 강점은 서클의 진행자가 고도의 전문성이 없이도, 공동체의 갈등전환과 평화구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적정기술’이라는 점이다. 진행자는 몇 가지 질문과 대화의 방식을 이해하고, 익히고 나면, 다양한 방식과 수준으로 서클을 진행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적절한 훈련과정을 받은 사람들이면 누구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회복적 서클을 열거나 진행할 수가 있게 된다.

이번 워크숍의 참여자들도, 처음에는 조금 어려워했지만, 전 과정을 마치고 나니, 다양하게 실제생활에 적용해보고, 공동체 현장에서 실천해 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물론 꾸준한 노력과 담대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워크숍 이후에도 함께 실습하고, 공부하고 성찰하는 모임을 이어가기로 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는 크고 작은 폭력과 갈등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더욱 염려되는 점은, 이런 비극적 상황을 정의롭고 평화로운 상황으로 전환시켜갈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역량이 너무도 얄팍하다는 점이다. 얼마 전 있었던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사건에 대해 청소년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야한다는 여론이 급등했던 점이 이를 대표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평화’야 말로 복음의 핵심이다. 그리스도는 이 땅에 진정한 평화를 주시러 오셨다. 그 분은 갈라진 것들을 하나로 만들고, 원수된 것들을 화해시키신 주님이시다(에페 2,14). 이런 주님을 따라 평화를 이루어가는 일이 하느님의 아들과 딸이 되는 길이다(마태 5,9).

 

그림출처= www.vcoe.org

평화만들기 역량이 척박한 이 땅의 현실에서, 그 중심에 ‘평화’의 복음과 영성을 간직하고 있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역할이 크다. 이러한 ‘평화만들기’ 소명에 대한 분명한 자각과, 이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훈련과정 설치, 그리고 이를 통한 평화활동가들의 배출이야말로, 한국의 그리스도교가 참된 그리스도의 몸이 되기 위해 가장 관심과 역량을 쏟아야할 곳이다.

나는 꿈을 꾸어 본다. 각 지역과 마을에 뿌리내리고 있는 이 땅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평화의 학교’가 되는 꿈 말이다. 그 학교에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피와 부활의 능력으로 거듭난 ‘평화의 사도’들이 배출되는 꿈이다. 그 ‘평화의 사도’들이 평화의 영성과 평화를 이루는 적정기술을 가지고, 자신들이 속한 삶의 현장에서부터 아름다운 평화마을을 이루어가는 꿈 말이다.


이진권 목사
평화교육센터 ‘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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