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쿰란사본의 십자가형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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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쿰란사본의 십자가형에 관하여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08.23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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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고고학 - 12
by Adolf Lachman

신명 21,22-23의 해석 뿐 아니라 고대 유다이즘의 십자가형에 대한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 것은 쿰란 사본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살펴볼 쿰란 사본은 “성전 두루마리”이다. 이 사본 중에서 4Q524 14 2-4과 11Q19 LXIV 6-13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의 백성을 거슬러 말하고 그의 백성을 이방 민족에게 넘기며 그의 백성에게 나쁜 일을 행하게 되면, 너희는 그를 나무에 매달 것이고 그는 죽을 것이다.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의 증언으로 그는 죽을 것이고 그들이 그를 나무에 매달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죽을 죄를 짓고 이방 민족들에게로 도망하여 그의 백성을 저주하면, 이스라엘의 자손인 너희는 그를 나무 위에 매달 것이고 그는 죽을 것이다. 그들의 시체가 나무 위에서 밤을 보내어서는 안 되고, 너희는 당일에 그들을 묻어야 한다. 왜냐하면 매달린 자들은 하느님과 사람들의 저주를 받은 자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에게 유산으로 준 땅을 너는 더럽히지 말지어다.”

쿰란의 이 사본을 신명 21,22-23의 마소라 본문과 비교해 보면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성전 두루마리”는 마소라 본문의 “죽다”와 “매달리다”라는 동사의 순서를 반대로 기록한다. 즉 “성전 두루마리”는 이미 죽은 사람의 시체를 나무에 매다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을 매달아 죽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성전 두루마리”는 나무에 매달려 죽을 죄목에 대하여 상세한 내용을 제공한다. 이 쿰란 사본의 발견은 고대 유다이즘에서의 십자가형을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증거이다.

우리가 살펴볼 두 번째 쿰란 사본은 “나훔 주해서”인 4Q169이다. 4Q169 3-4 i 6-8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것은 성난 새끼 사자에 관한 해석이다. [그는 하느님의 분노의 도구로서] 느슨함을 찾는 이들에 대한 [복]수를 [실행하였다.] 이전에 이스라엘에서 [죽을 죄를 지은 자에게 행하였던 것처럼], 그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나무 위에] 매달았다. 왜냐하면 성경에 나무 위에 살아있는 채로 매달린 자에 관하여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사본의 “성난 새끼 사자”는 알렉산드로스 얀네오스(기원전 103-76년)를 가리킨다. 곧 이 본문은 얀네우스가 기원전 88년 경 예루살렘에서 팔백 명의 바리사이파를 십자가형에 처한 사건을 가리킨다(“유다 고대사” 13권 380-382와 “유다 전쟁사” 1권 97). 당시 바리사이파는 얀네우스에 반대하여 셀레우코스 왕국의 데메트리우스 3세에게 도움을 청하였는데, 내전을 평정한 얀네우스가 그의 반대자들을 처형하였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얀네우스 이전에도 이미 고대 유다이즘에서는 십자가형이 행하여졌다. 아론 계열의 대사제 알키모스는 에세네파와 바리사이파가 분열하기 이전에 유다 마카베오를 지지했던 육십 명의 하시드인을 십자가형에 처했으며(1마카 7,16 이하), 안티오쿠스 4세가 유다인들을 십자가형에 처하기도 했다(“유다 고대사” 12권 256). 이와 같이 우리는 4Q169에서 고대 유다이즘에서의 십자가형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발견할 뿐만 아니라 “성전 두루마리”에서도 발견한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쿰란 사본은 “레위의 외경”인 4Q541 24 2-5이다:

“자루옷으로 애통하지 마라. [속량되지 못할 잘못을] 범하지 마라. 그것이 감춰진 잘못이든 드러난 잘못이든. 그리고 [...] 선동자가 명하는 것을 찾고 연구하고 알아라. 그리고 그를 탈진하게 만들지 마라. [사형]으로 십자가형을 [선고하지 말고] 그에게 못을 박지 마라.“

이 사본은 탈진, 십자가형, 못 등을 언급하는데, 이것은 대사제가 단죄하려는 선동자에 대해 십자가형을 금지하고 있다. 이것은 헬레니즘 시대의 고대 유다이즘 안에서 대사제들에 의해 십자가형이 행하여졌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러한 쿰란 사본의 증거는 대사제 알키모스와 얀네우스 등에 의한 십자가형이라는 역사적인 사건들과도 일치하며, 예수의 재판과 십자가형을 이해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문헌적 자료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쿰란 사본의 발견은 십자가형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즉 이 사본들은 당시 고대 유다이즘 안에서 이해되고 실행되었던 십자가형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이다. 따라서 쿰란 사본들에 나오는 “나무에 매달기”의 표현은 십자가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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