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웬] 모든 시간을 충만하게, 떠밀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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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 모든 시간을 충만하게, 떠밀리지 않고
  • 헨리 나웬
  • 승인 2017.08.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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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충만함

예수는 충만한 때에 왔다. 그분은 다시 충만한 때에 올 것이다. 예수가 있는 곳이면 어느 곳에나 그리스도가 있고, 시간은 충만해진다.

우리는 자주 시간이 비었다는 것을 체험한다. 우리는 내일, 다음주, 다음달 혹은 다음 해에 의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희망한다. 그러나 때때로 시간의 충만함도 경험한다. 그것은 시간이 그대로 정지해 있는 것같이 보일 때이다.

다시 말하자면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가 되는 때이다. 모든 것이 우리가 있는 곳에 현존해 있고 하느님, 우리 그리고 모든 것이 전적인 일치 속에 함께 있는 때이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때를 경험하는 것이다.

“때가 찼을 때(시간의 충만함이 이루어졌을 때),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보내시어 여자의 몸에서 나게 하셨다”(갈라디아 4,4), 그리고 하느님의 때가 충만했을 때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이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고 하나가 될 것이다”(에페소 1,10).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는 때가 바로 시간이 충만함에 이르는 때이다.(<여정을 위한 빵>에서)

 

시간의 투명함

관상적인 삶은 우리가 시간과 맺는 관계에 있어 지속적으로 불투명함에서 투명함으로 나아가기를 요구한다. 시간은 끊임없이 우리의 가장 큰 적이 되려고 위협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우리를 속박시키는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인 것 같을 때가 자주 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모두 했으면 하지만, 시간이 없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열거만 해봐도 ­편지 쓰고, 친구 만나고, 음악 연습, 전화하기 등등­ 피곤해진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시간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그들을 장악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들은 마감해야 하고, 시간에 맞추어야 하고, 준비를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계속되는 압력의 희생자가 바로 자신들이라고 생각한다.

관상적인 삶은 시간이 천천히 그 불투명함을 벗고 투명해지는 삶이다. 이것은 자주 매우 어렵고 천천히 진행되는 과정이지만, 힘을 재창조하는 가득찬 삶이다. 날마다, 주간 혹은 해마다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이 충만한 삶을 추구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충만함에 이르는 길이라고 보기 시작하면, 그것은 진정한 회심의 체험이다.

편지 쓰고, 학교 가고, 사람들 방문, 음식하기 등등을 우리의 가장 깊은 자아를 깨닫는데 방해가 되는 무작위 사건들의 연속이라고 보지 않고 우리가 추구하는 변혁의 힘을 그 안에서 발견하기 시작하면 그 때에 우리는 단지 시간으로서 살고 있는 때를 벗어나 은총의 때로서 시간을 받아들이게 된다.

은총의 때(kairos)는 기회를 의미한다. 그것은 올바른 때이고, 실제적인 움직임이며 우리 삶의 기회이다 우리의 시간이 은총의 때가 되면, 끝없이 새로운 가능성들이 열리고 마음의 변화를 위한 끊임없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다.

예수의 삶에서 모든 사건은 은총의 때가 된다. 그분은 공생활을 “때가 이르렀다”(마르코 1,15)라는 말씀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은총의 때의 모든 순간을 기회로 만들며 살아간다. 마침내 그분은 그분의 때가 가까이 왔음을 선언하고(마르코 26,10) 그분의 마지막 시간을 은총의 때로 받아들이며 그 속에 들어간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분은 역사를 그 운명적인 시간의 굴레로부터 해방시킨다...

관상적 삶은 수많은 나쁜 순간들 속에서 소수의 좋은 순간들을 제공해주는 삶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시간을 변화시켜서 보이지 않는 세계가 시간을 창구로 하여 보이게 되는 삶이다.

시간을 투명하게 변화시켜 삶의 가장 구체적 상황들 속에서 우리의 때가 바로 하느님의 때이며, 그러므로 모든 때가 은총의 때임을 우리가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모든 직분의 핵심이다. (<로마의 어릿광대>에서


*이 글은 1998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 올비스에서 출판된 <Henri Nouwen>(Robert A. Jonas 구성)을 부분적으로 옮긴 것입니다.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4년 8월호

 

사진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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