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학: 가부장적 남성교회에 항쟁하는 여성
상태바
여성신학: 가부장적 남성교회에 항쟁하는 여성
  • 한상봉
  • 승인 2017.07.26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톨릭일꾼 강의: 그리스도교 여성사-8

가부장적 교회의 논리

그리스도교 정경에 초기교회의 동등자 제자직 공동체 전통과 아리스토텔레스식 가부장적 복종전통이 모두 포함되면서 교회 안에 두 입장이 공존해 오면서 콘스탄틴 전환 이후에 가부장 모델이 주도적인 모습이 되었다.

사회적 가부장제와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가부장제 역시 여자와 피지배 민족과 인종들을 남자 권력자에 의해 착취당하고 지배받아야 “타자”로 규정되었다. 가부장제는 사회의 구조와 이데올로기는 물론이고, 교회의 구조와 신학도 규정해 왔다.

여성론 해방신학이란 사회와 교회 안에서 가부장제의 권리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서, 지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멸시당하는 여자들의 희생과 비인간화야말로 죽음을 가져오는 가부장적 악의 세력이 득세한 결과이며, 여자들의 생존과 자결권 투쟁이야말로 우리 가운데서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는 결정적인 표현이라고 믿는다.

 

gallery of San Alberto Magno Chapel / Juan Pavez Aguilar + José Requesens Aldea. Photograph by Marcelo Cáceres A.

가부장적 남성 체제는 독신 요건을 통한 성적 통제와 더불어 성직계의 위계적 순종과 복종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런 교회에서 여성들은 가부장적 결혼과 교회법적으로 인준된 여자 수도공동체에 대한 남성의 통제 위에 구축되어 있다.

가부장적 교회구조는 이렇다. 서품 받은 한 남성(교황)이 피라미드의 정상에 있다. 그리고 그는 평신도인 여자들과 남자들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순종의 의무를 지는 자신보다 젊은 남성 성직자들에 대해서도 ‘재치권’을 가진다. 교회의 이 모델은 정상에서 맨 밑바닥으로 향하는 통제를 통해서 공동체적 생활을 이루어간다. 교황이나 주교, 본당신부, 장상 혹은 남편에 대한 순종과 충성이 ‘하위자’에게 요청되는 응답태도이다.

교회는 지도력에서 여성을 배제할 뿐 아니라 성의 통제와 독신을 통해 경계선을 구축한다. 이런 형태의 교회는 평신도들을 책임있는 교회 내 참여자이자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 “사목적 배려의 대상”이나 “고객” 혹은 “보조적 활동대원”으로 여긴다.

교회법으로 통제되는 여성 수도자들 역시 성사 집전권을 가지지 못한 채 가부장적 통제와 성직계에 대한 복종을 받아들이며 “성직계의 아내” 신분으로 살아간다.

남성에 의해 통제되는 교회법상 수도공동체의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순종할 것을 서약하고, 청빈서약을 통해 경제적으로 남자(교황청/교구/본당의 주인)에게 의존해야 하며, 동정 서약을 통해서 성적으로 통제받아야 한다. 그뿐 아니라 남자들이 만든 법(교회법)을 따라야 하며, 수도자로서 자신과 자매들의 영적 복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여성 평신도들은 아내이든 어머니든 가부장적 교회모델의 제2계급에 속한다. 남성 성직계는 이들의 출산에 대한 결정권에 개입하고, 억압적 결혼관계라도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다. 수녀들은 교회 안에서 최소한의 일의 대가라도 지불받지만, 평신도 여성의 재능과 노고는 자원봉사로 여긴다.

교회법상 수도공동체 속하지도 않고 결혼생활도 하지 않는 여성은 교회 피라미드 안에서 아무 지위도 얻지 못한다. 독신녀, 미혼모, 동성애 여성이나 이혼녀는 최선일 경우에 눈에 띄지 않으며, 최악일 경우에 공적 죄인으로 간주된다.

 

y THOMAS D. WILLIAMS, PH.D.The Episcopal Cathedral Church of St. John the Divine in New York is exhibiting a naked, feminized statue of Christ’s crucified body, which the bishop has defended as an appropriate work to hang “over our altar.”

참여적, 포용적 가톨릭(로마적이 아닌) 교회 모델: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초기 그리스도교 운동에서 실현되었던 공동체적 참여적 교회 모델을 재발견하였다. 가부장적 위계조직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으로 규정하는 이 교회 모델에서 ‘본질적 성사’는 ‘서품’이 아니라 ‘세례’이다. 또한 순례하는 하느님 백성은 모든 백성들과 연관되어 있는 ‘보편적 구원의 성사’이기에, 교회 직무를 수행하는 하느님 백성 전체는 세계 전체를 마주보며 활동해야 한다.

즉 교회는 복음을 선포하고 곤경에 처한 무력한 사람들을 찾아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한편으로는 신앙공동체를 성장시키고 강화하며 ‘교회’를 향하는 내부지향적 차원을 지닌다. 이 직무 역시 남자 성직계의 특권이 아니라 모든 믿는 이들의 세례에 근거한 활동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신약성서에 따라 모든 믿는 이들의 사제직을 강조했으며, 교회 직무를 ‘섬김’으로 규정하고, 교회의 사명이 세계로 향해 열려 있음을 천명하였다. 또한 개신교 등 다른 그리스도교 교회들도 “교회” 공동체임을 확인하였다.

이런 참여적 교회모델이 가장 잘 실현되어 온 것은 수도공동체이다. 이들은 통치모델에서 순환적 통치모델로 전환했으며, 지도력은 위로부터 주어지는 권위가 아니라 공동체 내부로부터 행사되는 권위를 강조해 왔다. 이런 지도력은 직무를 통합하고, 초점을 정해 주며, 영성과 활동을 촉진시키고 힘을 부여한다.

한편 이 사회와 교회 안에서 가부장 구조에 항쟁해야 한다는 명령은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식민주의적 제국주의를 조장하는 가부장적 구조의 비인간화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여전히 기로에서 있다. 교회의 미래뿐 아니라 우리 행성의 운명도 우리가 인류 공동체의 힘없는 구성원들에 대한 지배와 착취를 낳는 가부장적 구조와 이데올로기적 틀을 극복할 수 달려 있다.

지구의 전멸을 막는 이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힘없는 모든 이를 경시하는 억압의 언어들을 거부하는 일이다. 교회가 그리스-로마식 가부장 구조와 지배를 계속하는 한, 이 세계의 평화와 정의와 구원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말하건대, 가부장적 통제와 순종 혹은 복종이 아니라, 오로지 회심과 연대만이 오늘 이 시대의 제자직과 투신을 특징짓는 것이 되어야 한다.

 

[참고서적]
<그리스도교 여성사>, 한스 큉, 분도, 2011
<동등자 제자직-비판적 여성론의 해방 교회론>, 엘사벳 쒸슬러 피오렌자, 분도, 1997

한상봉 이시도로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