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선 칼럼]
주님,
제 인생은 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같아야 하는가
원망했습니다.
때론 당신도 원망했고
때론 제 자신도 원망했고
때론 남들을 원망했습니다.
이름 모를 잡초마저도 뿌리를 내리고
자기 터를 잡고 사는데
바람에 흔들리며 넘어지는
제 인생은
왜 이리도 떠다니는 부초처럼
뿌리 내리지 못하고 홀로 가는 길인지
모든 것을 원망했습니다.
가슴속 꽁꽁 싸매어둔 상처가
아물지 않고 더 깊어만 갈 때
제 상처를 치료하기 보다는
상처를 준 사람들을 원망했습니다.
제 자신을
더더욱 사막으로 끌고 갔습니다.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나를 상처 입힌 것도
나 자신이며
또한 당신이라는 것을.
상처가 남긴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상처는 결국 치유되어야 하며
상처가 남긴 흉터를 보며
당신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이젠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그때 비로소 사막 가운데
샘터가 나타난다는 신비를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상처뿐인 영광은 결코 진실이 아님을,
상처 뒤에 남은 흉터 속에서
당신이 저와 함께 계신다는 신비를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이 몸 누일 수 있는
샘터를 주신 당신께
감사 드립니다.
흉터를 통해 당신의 얼굴을 드러내신
그 신비에 감사 드립니다.
당신은
당신은 곧 저이며
저는 곧 당신임을
이토록 우둔한 저에게 알려주시려고
이 몸에 흉터를 새겨주셨습니다.
샘터에 몸을 뉘이며
오늘은 이렇게 노래 불러봅니다.
정갈하게 몸을 씻으며
이 흉터를 씻어 봅니다.
더욱 뚜렷이 보이는
당신 얼굴을 봅니다.
샘물은 실개천이 되어 흐릅니다.
내일의 해가
지평선에서 떠오르면
샘물이 흘러가는 저 너머
사막의 끝을 향해 가보겠습니다.
그곳에 계신
또 다른 당신을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다만
오늘 이 밤은
샘에 비친 별을 보며
흐뭇하게 웃어 보렵니다.
유형선 아오스딩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