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벳사이다, 눈먼 이가 앞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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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벳사이다, 눈먼 이가 앞을 보고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06.28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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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고고학 - 7
갈릴래아 호수변 마을. 사진=한상봉

예수의 갈릴래아에서의 활동은 주로 갈릴래아 호수 북쪽에서 이루어졌다. 복음서는 예수가 활동한 갈릴래아 호수 북쪽의 고을들을 소개하는데 코라진, 벳사이다, 카파르나움 등이다(마태 11,21-24). 벳사이다는 로마 제국에 대항하여 기원후 66-70년에 일어난 제 1차 유다 봉기에 적극 가담하여 결국 파괴되었다. 그 후 지진, 홍수 등을 거친 벳사이다는 최근의 고고학적 발굴이 있기 전까지는 폐허로 남아 있었다.

벳사이다라는 이름은 “고기잡이의 집”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람어 단어에서 유래하였다. 어촌이었던 벳사이다는 갈릴래아 호수의 북동쪽으로 약 2km, 곧 요르단강 상류가 갈릴래아 호수로 흘러드는 곳에 위치하였다. 현재 888번 도로의 벳사이다 교차로로부터 북쪽으로 750m 지점이다. 벳사이다는 비옥한 평야를 끼고 있는 하부 골란 고원의 서쪽에 위치한다.

예수의 제자들 가운데 베드로, 안드레아, 필리보는 벳사이다 출신이다. 요한 1,44에 따르면 “필립보는 안드레아와 베드로의 고향인 벳사이다 출신이었다.” 여기서 안드레아와 필리보라는 제자들의 이름은 둘 다 셈족어 방식이 아닌 그리스식 이름이다. 이것은 당시 벳사이다가 헬레니즘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리고 요한 12,20-21에는 “축제 때에 예배를 드리러 올라온 이들 가운데 그리스 사람도 몇 명 있었다. 그들은 갈릴래아의 벳사이다 출신 필립보에게 다가가”라고 언급된다. 여기서도 벳사이다 출신인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리스어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예수는 벳사이다에서 많은 기적을 행하셨다. 마르 8,22-26에 따르면 예수는 눈먼 이를 고쳐주었다. “그들은 벳사이다로 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눈먼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는 그에게 손을 대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그분께서는 그 눈먼 이의 손을 잡아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셔서, 그의 두 눈에 침을 바르시고 그에게 손을 얹으신 다음, ‘무엇이 보이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는 앞을 쳐다보며,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걸어다니는 나무처럼 보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분께서 다시 그의 두 눈에 손을 얹으시니 그가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는 시력이 회복되어 모든 것을 뚜렷이 보게 된 것이다. 예수는 그를 집으로 보내면서,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하고 말씀하였다.“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는 장면인 마르 8,14-21에서 예수는 제자들의 몰이해를 나무란다. 사천 명을 먹인 기적(8,1-10) 이후에 “너희는 어찌하여 빵이 없다고 수군거리느냐?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의 마음이 그렇게도 완고하냐?”(8,17)라고 제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꾸짖는다. 이러한 제자들의 몰이해는 8,18에서 예수에 의해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라고 표현된다. 비록 눈이 있어도 제자들은 예수의 정체성과 사명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눈먼 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러한 제자들의 눈먼 상태는 바로 이어 나오는 우리 본문의 벳사이다 눈먼 이의 시력 회복과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제자들에 비해 눈먼 상태에서 치유된 작은 등장인물은 예수를 똑똑히 다시 보게 되고 그에게 순종한다. 이 작은 등장인물의 긍정적인 모습은 눈먼 제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더욱 두드러지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 본문의 치유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의미는 우리 본문의 뒤 문맥에서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예수는 눈먼 이가 시력을 회복하도록 고쳐 줌으로써 보는 것과 눈의 중요성을 제시하신다. 벳사이다의 눈먼 이를 고친 기적은 사실적인 의미 뿐 아니라 은유적인 의미도 가진다.

눈먼 상태에서 예수를 볼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었던 작은 등장인물은 단계적인 치유를 통해 그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이른다. 눈먼 상태에서 부분적 보기로, 희미한 보기에서 똑똑히 보기로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예수에 대한 제자들의 보기가 오해에서 올바른 이해에로 단계적으로 변화할 것에 대한 일종의 예시라 할 수 있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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