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갈릴래아 호수, 물결이 비파 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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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갈릴래아 호수, 물결이 비파 소리처럼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06.0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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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고고학 - 4
예수배. 사진=한상봉

1986년 1월 경 이스라엘에 큰 가뭄이 들어 갈릴래아 호수의 수면이 낮아지게 되었다. 당시 부근의 기노사르(Ginnosar) 키부츠에 살고 있던 루판 형제는 가뭄으로 드러난 호수의 개펄 위를 걷다가 어떤 배의 형체를 우연히 발견하였다. 그 후 이스라엘의 고고학자들에 의해 체계적인 발굴이 진행되어 마침내 2월 26일에 배 전체가 드러나게 되었다. 약 2천년 동안 갈릴래아 호수 속에 잠겨져 있던 예수님 시대의 배가 역사상 최초로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길이가 8.2m, 폭이 2.3m의 목선인 이 배에는 돛이 있었고 열세 명가량이 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배의 연대 측정을 위하여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되었다. 선박 제조술 뿐 아니라 배와 함께 발견된 토기와 등잔에 대한 분석, 그리고 사용된 나무 조각에 대한 탄소연대 측정의 결과 이 배는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졌고 기원후 70년경까지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배는 종종 “예수님 배”(the Jesus boat)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이 배와 예수님과의 관계를 입증할 그 어떤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배가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에 의해 물고기를 잡거나 호수를 건너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현재 이 배는 기노사르 키부츠의 이갈 알론 센터(Yigal Allon Centre)에 보관되어 있다.

갈릴래아 호수. 사진=한상봉

갈릴래아 호수는 팔레스티나에서 자연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성경에서 킨네렛 호수, 티베리아스 호수, 겐네사렛 호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갈릴래아 호수는 예수님의 활동과 관련된 중요한 장소들 중의 하나이다.

갈릴래아 호수는 팔레스티나의 북쪽에 위치한 담수호(淡水湖)로서 오늘날에도 중요한 식수원이다. 헤르몬 산에서 발원한 요르단 강과 다른 지류들이 이 호수로 흘러들어 온 뒤 다시 요르단 강을 통해 남쪽의 사해(死海, Dead Sea)로 흐른다.

갈릴래아 호수의 남북 길이는 약 21km이고, 동서의 너비 중 가장 넓은 데가 약 12km로서 전체 호수의 둘레는 52km 정도이다. 호수는 지중해 해수면 보다 210m 아래에 위치하며 수심은 약 40m이다.

호수에는 약 22 종류의 물고기가 서식하는데 그중에서 사도 베드로의 이름을 딴 '베드로의 물고기'(St. Peter's Fish)가 유명하다. 예수님 시대처럼 오늘날에도 어업은 중요한 산업이다. 호수의 수면은 통상 잔잔하나 갑작스런 돌풍으로 엄청난 파도가 일어나기도 한다(참조 마태 8,23-27; 14,24-33).

구약성경에서 갈릴래아(Galilee)는 여호 12,23; 20,7; 21,3; 1열왕 9,11; 2열왕 14,29; 1역대 6,67; 이사 9,1 등에서 언급되지만 갈릴래아 호수라는 명칭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민수 34,11; 여호 12,3; 13,27에서 킨네렛(Kinnereth) 호수라고 불린다. 이 명칭은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던 악기인 비파(harp)를 뜻하는 히브리어 킨노르(kinnor)에서 유래한 듯하다. 왜냐하면 이 호수가 비파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호수의 물결 소리가 비파 소리와 같았기 때문이기도 하였으리라.

마르 1,16; 7,31과 마태 4,18; 15,29 등에서는 갈릴래아 호수라는 명칭이 사용된다. 루카 5,1에서는 겐네사렛(Gennesaret) 호수라고 하는데, 이 이름은 호수 북서쪽에 있는 평야의 이름이 그리스어로 겐네사렛인 것에서 유래하였다. 요한 6,1에서 갈릴래아 호수는 티베리아스(Tiberias) 호수라고도 불리는데, 이 명칭은 기원후 18년에 세워져서 갈릴래아 지방의 수도가 된 도시인 티베리아스에서 따온 것이다.

예수님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어부 네 사람을 첫 제자로 부르셨고(마르 1,16-20 병행), 호수 주변의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셨으며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시기도 하셨다. 호수의 풍랑을 가라앉히시기도 하셨고(마르 4,35-41 병행), 물 위를 걸으시기도 하셨다(마르 6,45-52 병행).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장소도 갈릴래아 호수이다(요한 21장).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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