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예수와 에세네파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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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예수와 에세네파의 차이는?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05.29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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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고고학 - 3

최근 제2 성전시대 유다이즘에 대한 활발한 연구는 역사적 예수 연구에 있어 새로운 접근 방식과 방향을 제시하였다. 특히 쿰란 사본은 예수가 살았던 당시의 팔레스티나 유다이즘을 재구성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할 뿐 만 아니라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과 행동의 의미와 배경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쿰란 사본과 예수의 관계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 중의 하나이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쿰란 연구 학자들은 크게 세 가지 접근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첫째, 쿰란 사본과 역사적 예수와의 관련성을 일체 부정하는 방식이다. 즉 예수를 이해하기 위한 문헌 자료로서 쿰란 사본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이다. 이러한 주장은 쿰란 사본 어느 곳에도 예수나 그의 제자들에 대한 언급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신약 성경 어느 곳에도 에세네파나 그들의 문헌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 예수의 사회적 신분과 쿰란 공동체 사이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갈릴래아 출신 예수가 낮은 신분의 기술자였던 것에 비해 쿰란 공동체는 교육을 잘 받은 엘리트 사제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쿰란 유적지 발굴하는 사람들. 사진=한상봉

쿰란 공동체는 율법의 기준에 따라 불결한 이들을 엄격히 배제함으로써 자신들의 정결 상태를 유지하려 하였다. 이에 반해 예수의 가르침과 행동은 포용과 관용의 정신에 따른 것으로서 예수는 특히 변두리로 내몰리는 소외된 이들과 친교를 나누었다. 이러한 방식의 친교가 잘 드러나는 자리가 바로 예수와 이들과의 식사이다.

이와 같이 쿰란공동체와 예수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었고, 사회적인 신분의 차이가 있었으며 사상적으로도 큰 차이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 따르면, 쿰란 사본이 역사적 예수와 초대 그리스도교 연구에 중요한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둘째, 예수와 그의 제자들을 쿰란-에세네파로 동일시하는 접근 방식이다. 쿰란공동체와 예수 사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러한 방식은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예수가 쿰란-에세네파 공동체의 일원이었다든지, 신약 성경의 주요 인물들이 쿰란 공동체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든지,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에세네파의 한 분파였다는 주장은 대중의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였지만 학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에는 실패하였다.

예수가 에세네파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그 어떤 문헌적 증거도 쿰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예수를 쿰란 사본에 등장하는 특정한 인물과 연관 지우려는 시도는 객관적인 방법론으로 통제되지 않은 과도한 상상력의 산물에 불과하다.

셋째, 이상에서 언급된 두 극단의 접근 방식과는 달리 쿰란 사본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여 쿰란과 예수의 관계를 균형 있게 설명하려는 방식이다.

이 접근 방식은 쿰란과 예수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하려 한다. 어떤 학자들은 예수의 가르침과 행동을 쿰란 사본에서 드러나기도 하는 당시 동시대 유다인들의 가르침과 행동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예수 연구에 있어서 이른바 비유사성의 기준을 과도하게 주장하는 학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비유사성의 기준이란 예수의 절대적 독창성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유다이즘이나 초대 그리스도교의 전승과 구별되는 예수 전승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다른 전승들에서 발견되지 않는 것만을 예수의 독창성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 예수와 동시대 유다인들 사이에 그 어떤 공통점도 없었다면, 그들이 예수의 메시지를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쿰란 사본은 예수의 유다인적 특성과 그의 유다적 배경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움을 준다.

여기서는 쿰란과 예수 사이의 상호 관련성이 부각된다. 한편 다른 학자들은 역사적 예수와 쿰란 사본 사이의 차이점을 강조한다. 예수는 기원후 1세기 유다인들의 논쟁이라는 맥락 안에서 쿰란-에세네파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반응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당대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신약 성경에 나타난 예수의 가르침과 쿰란 사본의 관점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드러난다.

그리고 어떤 학자들은 쿰란 사본과 역사적 예수의 관계를 말하기 보다는 쿰란 사본과 신약 성경의 관계를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역사적인 측면에서 신약 성경의 책들 중에 기원후 50년 이전에 쓰인 것은 없다. 그리고 역사적 예수와 쿰란 공동체 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을 입증할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예수의 가르침에 미친 에세네파의 영향이란 기원후 1세기 후반기에 예수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했던 제2세대의 그리스도인에게 미친 에세네파의 영향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비판의 여지가 많다.

비록 역사적 예수와 쿰란 공동체 사이의 그 어떤 접촉이 없었더라도 이 둘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는 것은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정당한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적 예수와 쿰란-에세네파는 제2성전 시대 팔레스티나 유다이즘이라는 공통적인 배경의 영향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 둘 사이의 공통점은 상호간의 직접적인 접촉에서만 유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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