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중 대주교, 교황의 북한방문 요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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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대주교, 교황의 북한방문 요청할까?
  • 김유철
  • 승인 2017.05.2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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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칼럼]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숨 쉴 틈 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가히 혁명의 기운을 느낄 정도라고 말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촛불시민혁명이 몰고 온 기운이 분명하다. 그 위대한 기운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는 날부터 실천을 통한 변화로 가져 오고 있는 중이다. 신앙용어로서 이것은 ‘기적’이다. 기적은 이렇게 늘 사람을 통하여 하늘이 하는 일이다.

무능, 부패한 국정농단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기간을 지나는 동안 국내의 많은 문제는 산적했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면초가에 빠진 외교문제였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야욕은 구한말과 다름이 없었고, 그 와중에 벌어진 북핵과 사드배치를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은 대통령 없고,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를 상대로 마음껏 펼쳐졌다. 마치 전쟁이 이미 눈앞에 와 있는 듯 했다. 그것은 대한민국을 상대로 하는 능멸이며 치욕이었다.

김희중 대주교(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광주대교구) 사진출처=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의외의 특사, 김희중 대주교

새롭게 선출된 문 대통령은 바로 그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취임과 동시에 한반도와 관련 있는 힘 있는(!) 나라들에게 특사를 파견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미 언론을 통하여 익히 아는대로 특사들의 면면은 중국특사 이해찬(전 국무총리), 미국특사 홍석현(전 언론사 회장), 일본특사 문희상(민주당 국회의원), 러시아특사 송영길(민주당 국회의원), EU특사 조윤제(서강대 교수), 아세안특사 박원순(서울시장) 그리고 또 한 명, 김희중 대주교(한국주교회의 의장)였다. 김 대주교를 바티칸 특사로 발표하자 많은 이들, 특별히 교회 구조에 관심 있는 이들은 순간 고개를 꺄우뚱했다. 

교종 프란치스코가 4월 29일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하여 “상황이 지나치게 고조됐다(too hot)”고 말했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교종은 또 “전쟁은 인간성의 선한 면모와 문화 등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면서 “오늘날의 인간성은 전쟁을 견뎌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교종은 한발 더 나아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과 제3국의 역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세계에는 수많은 협력자와 중재자가 있다”면서 항상 준비가 되어있다고 표현되는 ‘노르웨이’를 특정하여 말했다. 교종은 아마도 1990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오슬로 평화협정을 이끌어낸 노르웨이의 외교적 능력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사실 오슬로 협정의 결과로 서안 지역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들어설 수 있었다. 

바티칸 특사단은 ‘신의 한 수’ 일까?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 문재인이 바티칸에 서둘러 특사를 보낸 속마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특사로서 간 김희중 대주교는 광주대교구의 교구장이며 동시에 한국주교회의 의장으로서 한국천주교회를 대표한다. 이번 특사단의 단장은 성염 전 바티칸대사로 알려졌다. 아마도 현지 대사 경험을 살려 많은 외교사절을 만나고 교황청 국무부 등과 실무적인 일을 처리할 것이다. 그러나 김희중 대주교가 이번에 대통령 특사로 바티칸에 간 것은 대통령의 친서의 내용을 떠나서 분명한 민족적, 국가적 미션이 담겨있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박근혜씨가 아직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던 시절인 2015년 12월 김희중 대주교를 단장으로 한 주교 5명(김운회 주교, 조환길 대주교, 이기헌 주교, 박현동 아빠스)과 수행 신부 등 방북단 17명이 4박 5일으로 북한을 방문했었다. 물론 정부의 허가를 받은 방문단이었다. 방북단은 돌아온 직후 주교회의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선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대 부위원장이 주교들과 사무처 신부들을 만수대 의사당에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히고 “김영대 부위원장이 한국천주교회가 남북 화해와 평화를 위해 그동안 특별한 역할을 해왔음을 잘 알고 있으며 감사를 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조선가톨릭교협회 관계자들과 신자 교류협력에 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며, 앞으로 주요 대축일에 서울대교구에서 평양 장충성당에 사제를 파견해 정기적으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았으며 평양 장충성당 보수 공사 지원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김대주교가 대한민국의 특사로서의 임무와 함께 한국천주교회 대표로서 안고 있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고민은 상당히 클수 밖에 없다.

불립문자를 주고받는 중

문재인 대통령은 천주교신자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특정 종교인이어서 그 종교의 최고 수장이 있는 바티칸에 취임인사를 하려고 특사를 파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를 바티칸 특사로 요청하고, 김 대주교가 특사의 격을 따지지 않고서 그것에 대하여 응낙하고, 바티칸으로 떠난 이유는 딱 하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문 대통령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바티칸이 역할해 줄 것을 교종 프란치스코에게 요청하는 것이다. 그것은 친서에 적힐 리 없는 이심전심으로서, 이른바 고수들끼리 주고받는 말이나 글이 아닌 뜻이 담긴 불립문자(不立文字)이다. 당연히 프란치스코는 익히 그 마음을 헤아릴 교종이다.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말은 그의 말이다.

상상은 늘 마음에서 만들어지고 염원해야 한다고 했던가? 교종 프란치스코가 잰걸음을 재촉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든, 북한이거나 노스코리아라고 부르든 그곳을 방문하는 날, 평양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거행할 날이 온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성큼 다가올 것이다.

그 날이 오면 사드를 이 땅에 기어코 갖다놓으려는 미국이나, 사드 때문에 민간 경제마저 제재를 가하는 중국이나, 선무당처럼 저 혼자 소란한 일본이나 그 외에도 전쟁이라는 회오리를 즐기려는 부류들까지 일단 ‘동작그만’이 될 것이다.

바티칸이 한반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적지 않다. 그러기에 이번 바티칸 특사 파견은 평화를 위한 거룩한 요청이며 바람이다. 꿈은 이루어지는 것을 우리는 일상 안에서 수도 없이 목격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은 그런 기적의 목격자이며 증언자로서 남아있다. 한반도의 평화 역시 그런 일상 속에서 이루어 질 것이 분명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김유철
시인. 한국작가회의.
<삶 예술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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