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쿰란문서, 정의의 스승에 대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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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쿰란문서, 정의의 스승에 대한 논란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05.22 23: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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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고고학 - 2

쿰란은 역사적 예수와 그리스도교의 기원과 관련하여 엄청난 비밀을 가진 것으로 상상되어졌다. 이러한 상상력은 문학적으로 표현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소개된 프랑스 여류 소설가 아베카시스(E. Abécassis)의 소설 <Qumran>(1996년)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 소설은 2000년에 <쿰란>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소설에 따르면, 쿰란 사본은 역사적 예수와 관련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예수는 에세네파였는데 쿰란 사본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예수의 삶과 죽음에 대한 비밀을 전한다는 것이다.

1999년 미국의 셈어 학자 와이즈(M.O. Wise)는 자신의 저서 <The First Messiah. Investigating the Savior before Christ>(첫 메시아. 그리스도 이전의 구원자 연구)에서 쿰란 사본에 익명의 인물로 등장하는 쿰란 공동체의 창설자요 지도자인 '정의의 스승'이 메시아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 메시아를 알렉산더 얀네우스 시기의 인물로 주장하고, 그를 메시아적 호칭인 “유다”로 불렀다.

그의 이런 주장은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찬양 시편에 대한 문학적 분석에서 출발한다. 즉 그는 찬양 시편들 중에서 정의의 스승이 직접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홉 개의 시편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 가설을 주장한다.

정의의 스승은 이 자서전적 찬양 시편에서 자신을 예언자, 고난 받는 종, 구원자, 메시아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와이즈에 따르면, 정의의 스승은 메시아였고 메시아 운동의 지도자였다. 그리고 “첫 메시아”였던 정의의 스승은 “다른 메시아”, 즉 복음서의 예수의 모델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예수가 첫 메시아인 정의의 스승을 직접적으로 본받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의의 스승이 그리스도 이전의 유다이즘 안에서 처음으로 메시아 개념을 창시했고, 이 개념을 예수가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시아였던 정의의 스승이 처음 시작한 이 메시아 운동은 그가 죽은 후에도 지속되었다고 한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의 탈무드 전문가인 크놀은 2000년에 앞서 언급한 와이즈와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크놀(I. Knohl)은 그의 책 <The Messiah before Jesus: The Suffering Servant of the Dead Sea Scrolls>(예수 이전의 메시아: 사해 사본의 고난 받는 종) 서문에 이렇게 썼다: “독자는 외적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나의 주장이 와이즈의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알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시기에 살았던 다른 메시아를 논하기 때문이다.” 

크놀은 쿰란의 정의의 스승이 유다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기록과 미쉬나에서 언급되는 므나헴이라는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요세푸스는 <유다 고대사> 15권 371-379에서 헤로데 대왕(기원전 75-4년)이 에세네파에 호의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에세네파인 므나헴이 헤로데가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을 했고, 이것을 계기로 헤로데는 에세네파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크놀에 따르면, 이 므나헴이 바로 정의의 스승이고 메시아였다는 것이다. 그는 쿰란의 4Q491 사본의 주인공이 고난 받는 종으로서의 메시아, 그의 고통을 통해 백성의 죄를 속죄하는 현양된 메시아이며, 이러한 쿰란의 메시아 사상의 도움으로 예수의 메시아적 자의식이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2002년에 예루살렘 성경·고고학 연구소의 노데(É. Nodet) 교수는 앞서 언급한 와이즈와 크놀의 가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의 저서 <Le Fils de Dieu. Procès de Jésus et évangiles>(하느님의 아들: 예수의 재판과 복음서들)은 전체적으로 예수의 수난사화에 관한 연구이다. 노데는 특히 이 책의 제3장 “유다적 배경과 하느님의 아들”에서 크놀의 주장처럼 메시아 므나헴도 정의의 스승이고, 특히 예수의 형제 야고보는 마지막 정의의 스승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노데에 따르면, 쿰란 사본에 등장하는 정의의 스승은 다양한 여러 인물을 가리키는 호칭으로서, 역사적 인물 중에서 정의의 스승으로 불린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예수의 형제 야고보를 정의의 스승이라고 주장하는 점에서 노데는 아이젠만(R. Eisenman)의 가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에 따르면, 쿰란 사본에 나타난 “정의의 스승”은 예수의 형제 야고보이며, 그의 반대자인 “악한 사제”는 바오로라는 것이다. 그는 또한 쿰란 공동체와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정체성을 동일하게 열혈당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가설에 불과하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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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욱 2017-05-23 11:59:21
신부님 :)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쿰란은 항상 매력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