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아이들, "어쩌면 좋아...지구의 어른들이 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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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온 아이들, "어쩌면 좋아...지구의 어른들이 키워야지"
  • 이금연
  • 승인 2017.05.16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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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카나의 집 이야기-14

단발머리에 파란 티셔츠 차림의 두 여자 아이가 교장실로 뛰어 들어왔다. 한국말로 교장에게 ‘언제부터 공부를 시작하느냐?’며 묻자 한국어에 능통한 머노즈 교장은 ‘오늘부터 당장’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그리고 중1의 명랑 쾌활한 두 자매는 아빠를 따라 서울 동부시장 근처에 살다 갑자기 네팔로 왔다 한다. 네팔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 태어났고 아이들의 엄마가 가출해 일본으로 간지 육년이 지났다는 대강의 사연을 교장으로부터 들으며 아이들에게 내 소개를 했다. 이제 마지막 공사라 하며 학교 식당을 작게나마 한 칸 지으려 교장 선생님과 의논하던 중이었는데 아이들의 출연으로 돌연 대화는 중단 되었고 아이들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사진=이금연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아이들의 아빠 라이(이름이 아니고 성)씨는 육년 째 두 딸을 혼자 양육해 왔는데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네팔로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한다. 아이들 아빠와 같은 고향이라는 것과 한국에서 일한 바 있다는 이유로 머노즈 교장은 아이들을 맞아 주었다.

기숙사 생활은 물론 공부를 하려면 언어부터 당장 익혀야 하는데 철없는 아이들은 서울로 돌아가고 싶다며 아빠가 떠난 뒤 몇 날을 울며 지냈다 한다. 그러다 한국인 아줌마가 나타나자 아이들은 숙제를 하고 있는 교실로 데려다 달라 하고, 네팔 사람들이 온순한 것 같다고 말하며 여기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하며 말문을 열었다. 큰 아이에게 엄마 없이 사느라 고생했네 하자 아이는 남의 일 말하듯, 세탁기도 돌릴 줄 알며 밥통이 해주는 밥을 먹고 살았다 한다.

전 날 따망 부족들이 사는 마을에 장학생들을 만나러 갔었다. 새 학기 입학에 필요한 물품과 학비를 전달하러 갔었는데, 선발된 12명의 그 마을 아이들 중 누구 엄마는 도망갔고, 누구 엄마는 죽었고, 누구 엄마는 사우디에 가서 소식이 없고, 누구 아빠는 아이를 버리고 딴 여자랑 살러 갔고......

불과 두 달 전 바느질을 같이 했던 샨티, 아이를 두고 떠나다니, 어디로? 인사 한 마디 없이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남겨진 아이들은 친척이자 이웃사촌과 같이 살고 있다. 비록 땅 뙤기 한 평 없이 남의 땅에 몸 붙여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부족 공동체가 살아 있으니 부모에게 버림받았어도 아이들이 그런대로 학교도 다니며 뛰어 놀고 굶지 않고 있다.

일자리도 없이 술과 놀음으로 하루를 때우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감이 있어도 나가지 않고 그저 앉아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사람들이지만 아이들이 버림받고 혼자되었을 작은 방문을 열어 같이 살 수 있게 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사진=이금연

누구나 떠날 자유가 있고 또 돌아올 권리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멀리 떠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일자리를 찾아, 혹은 더 나은 조건의 삶터를 찾기 위해 매일 누군가 어디로든 떠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먼 여행을 떠난 자들의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내가 와서 데리고 갈게 그때까지 잘 견디어 주렴, 내가 돈 벌어 빨리 올게 하며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을 때 아이들은 또 이동을 하여 도시 골목 어딘가의 음식점에서 아동 노동을 하며 겨우 겨우 몸 붙여 산다. 그런 아이들을 카트만두 밸리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네팔에서 먼 거리 이동은 해외 이주노동만이 아니다. 우리 장학생들이 다니는 카트만두 서쪽의 사퉁갈에 있는 학교의 예를 들면 학생 600명이 네팔 전역 75개 중에 64개 도에서 이주해 온 가정의 자녀들이다. 공장 지대에 자리한 학교엔 심지어 인도에서 온 아이들도 있어 문화적, 언어적 그리고 계급적 다양성으로 교사들도 어떻게 교육을 해야 좋을지 늘 연구와 궁리를 해야 한다.

방 한 칸에 다섯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도시 노동자들의 생활은 위의 따망 부족 공동체와 같이 실업자들이 많은 마을 대비 더 나을 것도 없는 빈곤한 생활이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소득 삼만불을 운운하는 나라로 만나는 네팔 사람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고 또 일하러 가고 싶어 하는 소문난 곳이다. 드라마에서 본 깨끗하고 아름답고 잘 먹고 잘 사는 나라 한국이다. 그런데 그 나라에서 온 라이씨의 두 딸, 방정맞기 그지없는 통제 불능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젊은 교사들은 ‘아니 왜?’그런 표정을 지으며 해석 불가, 노코멘트다.

지난 2년간 지진으로 학교 짓느라, 서너 곳에 학생들을 분산 시켜 수업 하느라 분주 했던 시간을 끝내고 이제 좀 두 다리 펴고 우리 식구 끼리 살려나 했던 머노즈 교장의 아내 비니타 선생은 한국에서 온 두 아이들에게 녹두전을 열심히 부쳐 주지만 표정은 ‘어쩌면 좋아’이다.

머리가 좋아 네팔어 알파벳을 금방 익힐 것 같다며 머노즈 교장은 아이들이 필기한 공책을 보여 준다. 아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답은 한 가지 뿐이다 지구 위의 모든 어른들이 함께 키우는 것. 그것이 답이다. 비록 표정은 ‘어쩌면 좋아’ 하면서도 아이들 머리를 감겨주고 빗겨 주고 밥을 챙겨 주는 비니타와 같은 지구의 엄마들에게 깊은 존경을 표한다. 아이들은 안다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이금연 세실리아
국제 가톨릭 형제회 (AFI) 회원
네팔 환대의 집 'Cana의 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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