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 낯선 분] 예수는 환생한 정의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에세네파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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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 낯선 분] 예수는 환생한 정의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에세네파였는가?
  • 송창현 신부
  • 승인 2017.05.15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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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고고학 - 1

오늘날 역사적 예수는 단지 학자들만의 관심이 아니라 다양한 대중적 논란의 중심에 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다음의 네 가지 사건과 관련이 있다.

첫째, 몇몇 사해 사본(Dead Sea Scrolls), 즉 쿰란 사본의 전문가들은 유명한 잡지와 신문 등을 통해 쿰란에서 역사적 예수에 대하여 언급하는 이른바 “예수 사본”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신약성서의 중요 인물인 예수, 바울로, 야고보 등을 쿰란 사본에서 “정의의 스승”, “악한 사제”, “거짓의 사람” 등으로 언급되는 여러 인물들과 동일시하는 가설이 제기되었고, 예수와 세례자 요한이 에세네파였다는 주장도 있었다.

쿰란 공동체의 창설자는 예수의 원형이고, 예수는 “정의의 스승”이 환생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조직과 종교 사상에 있어 쿰란 공동체와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 사이의 유사점이 강조되었다.

사진출처=deadseascrollsfoundation.com

둘째, 2002년에 프랑스 파리의 고등 연구원(École Pratique des Hautes Études)의 르메르(A. Lemaire)는 역사적 예수의 형제 야고보의 유골함이 발견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 석회석 유골함에는 “야고보, 요셉의 아들, 예수의 형제”라는 명각이 새겨져 있었다. 르메르의 주장은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었을 뿐 아니라 많은 언론매체와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셋째, 멜 깁슨(Mel Gibson)의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The Passion of the Christ)은 잔인한 형벌과 고통스런 예수 죽음을 다루어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넷째, <다 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와 같은 소설과 영화는 바티칸과 공식 교회가 예수와 마리아 막달레나의 관계를 포함한 복음서의 진실을 신자들로부터 감추었다고 주장한다.

1947-1956년 쿰란 사본이 발견된 이후 학자들은 구약 성경 본문과 고대 유다이즘에 관한 새로운 정보 뿐 만 아니라 예수와 신약 성경에 관한 실마리들을 찾았다. 이것은 불트만 학파가 역사적 예수에 관한 탐구가 무익하다는 것을 주장한 직후의 일이었다. 나자렛 예수는 신앙의 그리스도와는 다르게 구별되어져야 했다.

Portrait of Ernest Renan

프랑스 학자 르낭(E. Renan)은 1894년에 그의 저서 <Histoire du peuple d‘Israël>(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그리스도교는 크게 성공한 하나의 에세네파이다. 정신이 같고, 만일 예수의 제자들과 에세네파가 서로 만나면 분명 그들은 서로를 동료로 믿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 유명한 르낭의 주장 이후, 프랑스 파리의 고등 연구원와 콜레쥐 드 프랑스(Collège de France)의 교수였던 뒤퐁-소메르(A. Dupont-Sommer)는 다음과 같이 썼다: “갈릴래아의 스승은 ... 여러 측면에서 정의의 스승의 놀라운 재육화로 나타난다. 후자처럼, 그는 선포하였고, ... 모세 율법의 준수를 명령하였으며 ... 하느님의 선택받은 이였으며, ... 단죄받고 처형받았으며 ..., 하나의 교회를 세웠다.”

과연 예수는 환생한 정의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에세네파였는가? 그 후에 몇몇 다른 학자들은 복음서의 예수를 정의의 스승이라는 인물로 만들면서 쿰란 사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시도하였다. 혹은 성경 주해라는 문학 유형의 도움으로 그들은 세례자 요한과 같은 몇몇 중요한 인물을 정의의 스승과 동일시하려 했거나 예수를 악한 사제와 동일시하거나 쿰란을 예루살렘과 동일시하기도 했다. 60여년의 연구 후에 이 쿰란 사본들은 그리스도교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

1991년에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베이전트(M. Baigent)와 레이(R. Leigh)는 <The Dead Sea Scrolls Deception>이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이것은 1992년에 <예수의 비밀 - 사해사본에 나타난 기독교의 뿌리>라는 제목으로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베이전트와 레이는 그들의 저서에서 쿰란 사본에 나타난 “정의의 스승”은 예수의 형제 야고보이며, 그의 반대자인 “악한 사제”는 바울로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본래 캘리포니아 대학교 종교학 교수인 아이젠만(R. Eisenman)의 의견을 인용한 것인데, 그는 쿰란 공동체와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정체성을 열혈당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1992년에 호주의 종교학자 씨어링(B. Thiering)이 <Jesus and the Riddle of the Dead Sea Scrolls>을 출판하였고, 이 책 또한 1994년 <인간 예수 - 사해사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씨어링은 그녀의 책에서 “정의의 스승”을 세례자 요한으로, “악한 사제”는 예수라고 주장한다.

베이전트와 레이, 씨어링의 이 두 책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은 모두 쿰란 사본과 그리스도교의 기원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과 대중이 이 두 책에 대해 가졌던 큰 관심에 비해 학자들의 호응은 별로 없었다는 것도 이 두 책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송창현(미카엘)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성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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