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복팔단은 복음 전체의 요약 "하느님에 대한 갈망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갈망과 같은 사람은 복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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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복팔단은 복음 전체의 요약 "하느님에 대한 갈망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갈망과 같은 사람은 복되도다"
  • 짐 포레스트
  • 승인 2017.05.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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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복의 사다리-2
진복팔단 성당. 갈릴래아의 들판으로 향한 문. 사진=한상봉

"하느님에 대한 갈망이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갈망과 같은 사람은 복되도다."
- 요한 클라마쿠스 성인

성서가 별로 알려지지 않은 문화환경에서도 만일 당신이 “복되도다...”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영이 가난한 사람은”이라는 첫 구절의 몇 마디를 쉽사리 덧붙일 지 모른다. 그만큼 진복팔단은 이해하기 어렵다해도 잊어버리기 어려운 구절들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는 진복팔단을 쉽게 암기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음으로 일단 외우면 우리는 일생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대한 짧은 요약을 우리 안에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진복팔단은 한 알의 소금 속에 들어있는 복음 전체이다.

어떤 교회들은 진복팔단이 아직 우리가 아이들일 때 마음속에 새겨진다고 까지 생각한다. 정교회에서는 복음서가 지성소에서 꺼내져서 경당의 중심부로 옮겨지고 다시 지성소를 거쳐 제단 위에 놓여지는 매 일요일 예배의 처음 행렬 동안 진복팔단을 노래 부르는 것이 관례이다. 진복팔단의 노래가 매주 불려지고 마침내 마음 속 깊숙이 자리잡게 되면 거울 속으로 보이는 얼굴이 낯설어질 때에도 진복팔단의 말씀들은 여전히 시내물의 자갈처럼 빛나게 될 것이다.

노래로 불러지는 것은 모두 쉽게 암기된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올리버 삭스는 모든 기억을 다 잃어버렸지만 미사에 참석했을 때 진복팔단을 다 외워 노래할 수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마지막 두 구절을 한 구절로 생각한다면 진복팔단에는 여덟 구절이 있다. 이 마지막 두 구절은 모두 복음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주 부과되는 고통들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복팔단의 여덟 구절은 제자 됨의 여덟 측면들을 알려준다. 그러나 또다른 의미에서 본다면 단지 하나의 진복만 있을 뿐인데, 여덟 구절 모두가 하느님과의 일치를 한결같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각각의 구절은 하느님나라에 존재하는 양상들을 묘사하고 있다.

진복팔단은 사다리의 단들 같은데, 그것을 그리스도께서 아주 정확한 질서로 배치해 놓았다. 그 배치에는 일정한 양상이 보인다. 각각의 단은 그 전 단을 기반으로 하여 세워지고, 각각의 단은 다음 단에 이어지며 또한 각각의 단은 없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에게 매력적인 단들은 취하고 별로 관심이 없는 단들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마치 전문화하는 것처럼 그 단들을 분리할 수 없다: “나는 평화만들기를 맡을 터이니 당신은 마음의 순수함을 맡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사막의 교부들 가운데 한 사람인 성 존 클리마쿠스(AD 579-649)도 거룩한 상승의 사다리라는 글에서 더 복잡하긴 하지만 '사다리'라는 똑같은 은유를 쓰고 있다. 이 거룩한 상승은 구원의 전략으로서, 세속 삶의 포기로부터 시작하여 순명, 참회, 이탈, 그리고 겸손 등 일상의 투쟁 속에서 하느님의 사랑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고 그 사랑을 방해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과정이다.

내가 아는 한 이러한 상승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는 유일한 책은 그의 책뿐이다. 사막에서 수많은 단들을 올라가 마지막 오른쪽 끝에 그리스도가 환영하는 쪽을 향해 가는 그림이 있다. 사다리에는 하느님나라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으나 그들은 화살, 검, 그리고 갑옷으로 무장한 작은 악마들의 공격을 받는다. 온갖 유혹에 굴복해서 어떤 이들은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우리가 사다리에서 떨어질 때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여 진복팔단의 사다리를 올라가는 삶이다.


[출처] 짐 포레스트(Jim Forest)가 쓴 <진복의 사다리>(The Ladder of the Beatitudes, Orbis, 1999)(<참사람되어> 2002년 10월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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