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웬] 모든 행동의 핵심에 있는 그분
상태바
[헨리 나웬] 모든 행동의 핵심에 있는 그분
  • 헨리 나웬
  • 승인 2017.05.09 1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출처=es.paperblog.com

"하느님은 존재한다"고 말하자마자 더이상 내가 내 삶의 중심에 놓일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하느님에 대한 지식의 정수는 나의 온 존재가 그분의 존재에서 나오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나를 중심으로 하느님의 존재를 유출하고, 투사하고, 추론하며 직관하지 못하게 된다. 나는 갑자기 혹은 천천히 하느님에 대한 인식 속에서 그리고 그 인식을 통하여 나에게 드러난 나 자신의 존재를 발견한다.

그때에 오직 하느님이 나를 먼저 사랑했다는 이유 때문에 나자신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실제가 된다. 일생에 걸친 회심의 체험은 나의 존재방식을 결정하는 선택을 내가 갖고 있다는 발견이 아니라, 나의 존재 그 자체가 중심에 있지 않다는 깨달음이다.

하느님을 “알게 되면”, 다시 말하자면 일단 내가 경험하는 모든 인간적 체험이 그 안에 닻을 내리고 있는 그분의 사랑을 체험하게 되면, 나는 오직 한 가지 만을 원할 수 있다. 그것은 그런 하느님의 사랑 속에서 머무는 것이다. 그 이외에 다른 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러므로 착각과 망상이며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볼리비아, 페루, 미국 혹은 네덜란드에 있는 것이 더 나은가? 목마른 아이에게 한 컵의 물을 주는 것이 더 나은가 혹은 아이들이 더 이상 물을 애걸하지 않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해 일하는 것이 더 나은가? 책이 읽는 것이 더 나은가 혹은 길거리를 걸어가는 것이 더 나은가? 편지를 쓰는 것이 더 나은가 혹은 죽어가는 사람의 상처를 싸매주는 것이 더 나은가? 이런 모든 질문들은 갑자기 나에게 거짓 선입견으로, 나자신의 존재에 관한 착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하느님이 나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분의 존재는 나의 존재로부터 유래된다는 나의 병적인 추측의 표현임이 드러난다.

하느님으로부터 그 실재가 유래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실재일 수 없다. 이것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갑자기 전 세계가 하느님의 손안에 있고 왜 하느님이 그것을 떨어뜨리지 않았는지 보았을 때 발견한 위대한 신비이다. 어거스틴 성인,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 성 요한 비안네, 그리고 모든 성인들은 존재의 질서가 바로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성인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보다도 마음으로 하느님 밖에서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고, 아무것도 숨쉴 수 없으며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고 아무것도 살 수 없음을 보았고 느꼈고 알았다.

이런 사실은 나로 하여금 모든 사명의 근거가 도덕적인 삶이 아니라 신비적인 삶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껏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삶의 원천을 거룩한 생명 안에서 발견하도록 맡기는 것이다.

“아무것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나는 하느님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회심한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은 이제 거룩한 빛으로 물들었으므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심한 사람은 거룩한 눈으로, 거룩한 귀로, 거룩한 마음으로 보고 듣고 이해한다. 회심한 사람은 그와 모든 세계가 하느님 안에 있다는 것을 안다. 회심한 사람은 하느님이 계시는 곳에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모든 것을 안다. 회심한 사람은 하느님이 계시는 곳에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모든 것은 다 중요하다. 물을 주고 벌거벗은 이를 입히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위해 일하는 것, 아이에게 미소짓는 것, 책을 읽는 것 그리고 평화 속에 잠드는 것 모두가 중요한 것이다. 모든 것이 여전히 그냥 그대로 있으면서도 달라진다.

­「감사!」에서

*이 글은 1998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 올비스에서 출판된 <Henri Nouwen>(Robert A. Jonas 구성)을 부분적으로 옮긴 것입니다.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4년 8월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