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웬] 인생책, 소설 아닌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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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 인생책, 소설 아닌 삶이 어디 있으랴
  • 헨리 나웬
  • 승인 2017.05.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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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pixabay.com

내가 기억하는 매우 감동적인 기념제는 빌의 인생책이었다. 인생책은 사진들, 이야기들, 편지들을 전기 형식으로 함께 모은 책이었다. 빌이 새벽공동체에 왔을 때는 16세였고, 그는 약간의 기억들을 가져왔다. 그는 매우 힘든 유년기를 보냈고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일관된 경험들이 거의 없었다. 그의 과거는 너무나 괴롭고 부서졌으며, 너무 외로운 것이어서 그는 그것을 잊기로 선택했다. 그래서 그는 이야기가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25년 동안 새벽공동체에 살면서 그는 점차로 새로운,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그는 친구들을 만들었다. 그는 한 가족과 가까운 관계를 맺고 주말이나 휴일에 그들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는 볼링 클럽에 가입했고, 나무일을 배우고 나와 함께 멀리 여행을 가기도 한다. 지난 수년간 빌은 기억할만한 풍요로운 삶을 살아 왔다. 심지어 고통스러운 유년기 체험들을 기억했고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생명과 사랑을 준 사람들로서 돌아간 부모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자유와 용기를 얻기조차 했다.

그러므로 빌의 인생책에는 이제 기억할만한 풍부한 이야기 꺼리들이 있게 되었다. 말하기가 고통스럽긴 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많은 친구들은 그들이 그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말해주는 편지를 보냈다. 어떤 친구들은 그에 관한 기사가 난 신문스크랩과 사진들을, 또 다른 이들은 그에 대한 사랑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내기도 했다. 6개월간의 작업이 끝난 후, 책은 마침내 준비가 끝났고 이제는 책만 아니라 그 책이 상징하는 빌의 삶을 기념할 때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새벽공동체 경당에 모여 함께 축하했다. 빌은 책을 높이 쳐들어 모든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도록 했다. 책은 예술적으로 디자인된 페이지들과 함께 아름다운 색깔의 링바인더로 묶어졌다. 그것은 빌의 책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작업이기도 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책과 빌을 축복했다. 나는 이 책으로 빌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며 그가 얼마나 좋은 삶을 살고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기를 기도했다. 또한 빌이 삶의 모든 순간들­그의 슬픔 뿐만 아니라 즐거움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억하기를 기도했다.

내가 기도하는 동안 빌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기도를 끝냈을 때 그는 나를 끌어안고 크게 울었다. 그의 눈물이 내 어깨 위에 떨어질 때에 둘러싼 모든 사람들은 깊은 감동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빌의 삶은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들어 올려졌고 이제 그는 그의 삶이 감사하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빌은 여행할 때에 그의 인생책을 들고 간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이 부끄러운 삶이 아님을 믿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그 책을 보여준다. 그의 삶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 되었다.

­「이 잔을 마실 수 있는가?」에서

*이 글은 1998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 올비스에서 출판된 <Henri Nouwen>(Robert A. Jonas 구성)을 부분적으로 옮긴 것입니다.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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