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줄기 타고 가슴으로 손발에 이르기까지,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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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줄기 타고 가슴으로 손발에 이르기까지, 예수님
  • 한상봉
  • 승인 2017.04.0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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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rless Girl - Kristen Visbal. Installed across from Wall Street's famous raging bull.(사진출처=apnews.com)

[한상봉 칼럼]

지난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미국 뉴욕 월가의 황소상 앞에 소녀상이 세워졌다고 한다. ‘돈의 힘’을 상징해 왔던 황소상을 마주보고 서 있는 이 소녀상은 130센티 남짓하지만 허리에 양손을 짚고서 황소를 응시하고 있다. ‘그녀’(SHE)라고 이름 붙은 이 동상을 조각한 크리스틴 비스발은 언론에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 문화가 강한 월가 한복판에서 소녀상은 ‘이봐, 우리 여기 있어’라고 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은 아담하고 섬세하지만 강하다”고 했다. 사순절 동안, 복음서를 들여다보면서 발견한 것은 “남성제자들 가운데 예수님의 뜻을 이해한 사람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사람의 아들은 수난 받고 권력자들의 손에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예고를 세 번이나 했지만, 제자들은 아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베드로는 예수님에게 “사탄아, 물러가라!”는 말까지 들었고, 다른 제자들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하느님 왕국’에서 서로 윗자리에 앉으려고 다투었다. 이때 예수님은 얼마나 낙심했을까?

예수는 그래서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첫째가 꼴찌된다”거나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가르쳤지만 사실상 제자들은 제가 듣고 싶은 대로 들었다. 예수의 죽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첫 번째 사람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남자들만 들어차 있는 방으로 들어가 그분 머리에 향유를 부었다. 머리카락으로 그분의 발을 씻어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수님이 체포된 뒤에 남성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은 주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 했고, 한 사람은 예수님을 팔아넘겼으며, 나머지는 도망갔다. 십자가 밑에는 여자들만 남아서 예수님의 임종을 지켜드렸다. 물론 요한복음에서는 그분이 ‘사랑하시던 제자’도 있었다곤 하지만.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무덤을 찾아간 이들도 모두 여자들이었다.

안식일이 지나자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새벽같이 그분에게로 갔다. 그들이 무덤가에서 웬 젊은이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는 이러하다. “예수님께서는 전에 여러분에게 말씀하신 대로 여러분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실 터이니, 여러분은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

이아무개가 지은 <길에서 주은 생각들>에서 “갈릴래아는 예수님이 제자들을 처음 만나 새 역사로 들어가는 문을 여셨던 곳”이라고 한다. “새 부대에 새 술을 담고자 가슴 뜨거운 사람들이 묵은 포도주에 대한 미련을 단호하게 끊었던 곳”이라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예수님 고향이고, 낯익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고, 가난한 백성들이 예수님과 첫 인연을 맺은 곳이다. 그리고 이 여인들도 그곳에서 예수와 눈빛을 맞추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갈릴래아’이다.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는 “나는 누구를 만나든지 그 사람이야말로 지금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단 한 분 예수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그 사람말고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만납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데레사 수녀는 그분과 연애하던 중이었을 것이다. 그분을 사모하는 마음이 사무쳐 만인이 그분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 거리 그 사람이 그분이라면 세상에 사랑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녀들처럼, 이아무개처럼 그분에 대한 사랑이 “목줄기를 타고 가슴으로 해서 손발에 이르기까지 온몸에 스며들기를” 바라며 맞이하는 4월이다.   
 

*의정부교구 소공동체 잡지 <나무그늘>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한상봉 이시도
<도로시데이 영성센터> 코디네이터
<가톨릭일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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