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웬] 사랑의 상업화, "우리 영혼을 세상에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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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웬] 사랑의 상업화, "우리 영혼을 세상에 팔고 있다"
  • 헨리 나웬
  • 승인 2017.03.1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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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길-20
사진출처=pixabay.com

하느님의 사랑에 대해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 사랑을 얻기 위하여 우리가 무엇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느님이 전적인 자유의지로 우리를 사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처음에 이 사실을 접하면 별로 감동을 느끼지 못하지만, 더 깊이 이 생각에 대해 성찰해 보면 당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전 실존을 ‘네가 나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 나도 너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줄께’라는 틀로 바라보는 성향이 있다.

우리는 우리들이 사람들에게 잘하면 그들이 우리에게 잘 할 것이라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가 그들을 도와주면 그들이 우리를 도울 것이고, 우리가 그들을 초대하면 그들이 우리를 초대할 것이며, 우리가 그들을 사랑하면 그들이 우리를 사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랑받는다는 것은 무엇을 해서 얻어내는 것이라는 확신이 우리들 사이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실용적이고 공리주의적인 우리시대에 이러한 확신은 더 강해지고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하고 어떤 것을 얻는다는 것에 대해 거의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모든 것은 그것을 얻기 위하여 애써야 한다. 친절한 말 한마디조차, 감사의 표현, 애정의 표현하나도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엄청난 불안, 불안정 그리고 동요 뒤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이러한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마치도 우리가 사랑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증명하려고 애쓰면서 영원히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안에 정박하고 있는 의심이 우리를 더 큰 행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머리를 물위에 계속 나와 있게 하려고 또한 점점 더 불어나는 자아존중의 결핍 속에 익사하지 않으려고 기를 쓴다.

인정, 찬사, 인기 그리고 명성을 추구하는 어마어마한 경향은 이 모든 것이 없다면 우리가 무가치하다는 두려움에 근거한다. 이것을 사랑의 “상업화”라고 부를 수 있다. 아무것도 없이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 심지어 사랑도 얻을 수 없다.

이러한 정신을 갖게 되면 마치 인간존재로서 우리의 가치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행동하는 것에 달려있는 것 같이 생각하며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결정하도록 허용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좋게 여기면 우리자신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영리하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영리하다고 여긴다. 다른 이들이 우리를 종교적이라고 여기면 우리가 종교적이라고 여긴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의 영혼을 세상에 팔고 있다. 우리는 우리자신의 집에서 더 이상 주인이 되지 못한다. 우리의 친구들과 적들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결정해준다. 우리는 그들의 좋거나 나쁜 의견의 놀이터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비극은 우리 인간들이 서로의 외로움과 결핍된 자아존중을 해소시켜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서로의 가장 근원적인 어려움을 벗어나게 해 줄 능력이 없다. 서로의 가장 깊은 외로움을 만족시켜줄 우리의 능력은 너무나 제한되어 있어서 우리는 서로를 끝없이 실망시키는 위험에 놓이게 된다...

예수가 행했고 말했고 경험했던 모든 것은 우리에게 우리가 가장 염원하는 사랑이 그것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만 하느님이 사랑의 하느님이기 때문에 하느님으로부터 받을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굳건하게 믿는다면, 더 이상 사람들로부터 칭송받는 방법들을 찾으려고 늘 애쓸 필요가 없으며, 하느님이 너무나 풍부하게 우리에게 주려고 하는 것을 강제로 사람들에게서 얻어내려고 애쓰지 않게 될 것이다...

­「마르코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글은 1998년 미국 메리놀 출판사 올비스에서 출판된 <Henri Nouwen>(Robert A. Jonas 구성)을 부분적으로 옮긴 것입니다. [번역문 출처] 참사람되어, 200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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