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종 “민중운동과 동행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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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종 “민중운동과 동행하는 교회”
  • 교종 프란치스코
  • 승인 2017.03.0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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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종 프란치스코, 2015년 7월 9일 세계민중대회, 볼리비아
사진출처=lumsanews.it

프란치스코 교종은 지난 수년 동안 줄곧 슬픔과 고통에 가득 찬 세계에 대하여 비판적 발언을 거듭해 왔다. 가난하고 벼랑끝 죽음에 몰려있는 이들에 대한 ‘무관심의 세계화’를 비판하면서 차별과 배제를 낳은 ‘경제독재’를 이 시대의 우상으로 단죄했다. 교종은 2015년 7월 9일 볼리비아의 산타크루스에서 열린 ‘세계민중운동대회’에 참석해 민중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우리시대의 과제를 제시하고 연대를 호소했다.

무관심의 세계화 아닌 ‘희망의 세계화’를 위한 민중운동

프란치스코 교종은 “여러분은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겪고 있는 불평등이 만연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그들의 “형제애, 투지, 헌신, 정의를 향한 목마름”에 대해 아름다운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아울러 교회가 민중운동에 문을 활짝 열고 동행하겠다면서 “모든 교구와 정의평화위원회가 민중운동과 순수하고 지속적이며 진지하게 협력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변화가 필요한 세계’에 대해 말했다.

“수많은 농부들이 땅을 소유하지 못한 채 농사를 짓고, 수많은 가족들이 무주택자로 살아가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존엄성이 존중 받지 못하는 지금, 무언가 잘못되어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인식하고 있습니까? 무분별한 전쟁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골육상잔의 폭력이 바로 우리 코 앞에서 행해지고 있는데,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까?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우리가 마시는 물, 우리가 숨쉬는 공기 그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물체들이 지속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데,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깨닫고 있습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우리에게는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교종은 이러한 변화가 우리 일상에서 시작해 전 세계의 변화를 이끌어야 하며, 결국 이런 변화가 “사람들로부터 싹을 틔워 가난한 사람들 안에 뿌리내리는 희망의 세계화로 소외와 무관심의 세계화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종은 무관심의 세계화를 낳은 주범으로 ‘돈에 대한 추구’ 즉, 경제적 우상을 지목한다.

“이 모든 고통과 죽음과 파괴의 이면에는 카이사리아의 바실리우스(Basil of Caesarea)가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부른 악취가 있습니다. 돈에 대한 끝없는 추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공동선을 위한 봉사는 뒷자리로 밀려나 있습니다. 자본이 우상이 되어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의 길잡이가 된다면, 또 돈에 대한 탐욕이 전체 사회경제 제도를 주도하게 되면, 그 사회는 망가지고 맙니다. 그런 사회는 모든 사람에게 선고를 내리고 노예로 만들어 버리며 인간의 형제애를 파괴하고 사람들이 서로에게 대항해 싸우게 하고, 우리가 이미 분명히 보고 있는 것처럼,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위험에 처하게까지 합니다.”

이 교묘한 독재에서 해방되기 위하여 헌신하는 민중운동가들을 교종은 “변화의 씨를 뿌리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민중운동 활동가로서, 형제애로부터 영감과 용기를 받아 여러분은 사회 속의 부정에 저항함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 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냉랭한 통계수치가 아닌 인간의 괴로움에서 오는 고통, 우리 자신의 고통, 우리 친형제의 고통을 직접 보고 들었기 때문”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교종은 이들의 노력으로 “지구상에서 잊혀진 변두리에 참을성 있게 뿌려진 희망의 씨앗으로부터, 소외라는 그늘 밑에서 성장하려고 몸부림치는 연약한 묘목들로부터, 거대한 나무들이 솟아오르고 이 세상에 산소를 공급해 줄 수 있는 희망의 숲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ilpost.it

평등한 경제를 이끄는 사회적 시인
어머니 지구의 황폐화 막지 않는 것은 ‘대죄’이다

교종은 민중운동의 과제로 먼저 “경제가 사람에게 봉사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람과 자연이 돈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돈이 지배하는 소외의 경제와 불평등에 “아니오!”라고 답해야 한다. “경제는 재산을 축적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우리 지구를 바르게 관리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게 교종의 생각이다. 그리스도교의 영감에서 나온 공동체적 경제는 ‘평등한 경제’이다.

“모든 이가 부족함이 없이 어린 시절을 누릴 수 있으며 젊을 때는 자신의 재능을 계발하고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에는 충분한 권리를 누리면서 일하고, 나이가 들어가면 품위 있는 은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평등한 경제는 사람들이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개인 각자의 능력과 필요를 사회생활에서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생산과 분배의 제도 전체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무책임하게 생산의 속도를 높이고 “생산성”이라는 이름아래 지구를 파괴하는 산업과 농업 방법을 사용하는 제도는 수백만 명의 형제자매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경제, 사회, 문화적인 권리를 부정하는 경제이며, 이와 같은 제도는 “예수님의 계획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지구가 제공하는 열매와 사람들의 노동의 결과로 얻어지는 결실의 공평한 분배를 위한 노력”은 “단순한 자선활동이 아니라, 도덕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민중운동은 경제독재에 저항하는 세력일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집을 짓고, 식량을 생산하는 사회적 시인(詩人)”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행위라는 것이다.

나아가 교종은 민중운동이 평화와 정의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자기 운명의 주인”이며, “더 힘이 센 권력이 약한 사람들을 지배하는 감독 혹은 참견을 하는 형태를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자신들의 문화, 언어, 사회, 그리고 종교 전통이 존중받아야 한다. “사실상의 권력 혹은 굳건하게 자리 잡은 권력도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이며, 라틴 아메리카의 민족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정치적인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워왔다.”고 말했다.

이 투쟁의 과정에서 형제애가 자라난다. 특별히 교종은 마지막으로 “우리 어머니 지구를 지키는 일”을 강조했다. 우리들의 공동의 집인 지구는 “아무도 처벌 받지 않은 채 약탈당하고, 황폐화되고 해를 입고 있다”면서 “지구를 지키는데 비겁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대죄”라고 경고했다.

투쟁의 길에서 동행하는 교회

한편 프란치스코 교종은 새로운 식민주의든 낡은 식민주의든, 모든 형태의 식민주의에 “아니오!”라고 말하자고 제안하면서, 먼저 “많은 심각한 죄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에게 저질러졌음”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했다. 아울러, “신자와 비신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온유함으로, 공손하고 평화적으로 계속해서 예수님의 복음을 전파하고 있는 많은 주교들 사제들과 평신도들, 그리고 종종 원주민들의 옆에 서서 혹은 순교를 무릅쓰고 민중운동에 동참해 인권증진과 사랑을 나누는 감동적인 과업을 남긴 사람들을 기억해 줄 것”을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인류의 미래는 온전히 위대한 지도자들의 손에 달려있는 것도 아니고 강대국들이나 엘리트 집단에 달려있는 것도 아니”며 “인류의 미래는 바로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으며,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교종은 이들과 언제나 동행할 것을 약속하며 진심을 담아 이렇게 외치자고 독려했다:

“집이 없는 가족은 없다. 땅이 없는 농부도 없고,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노동자도 없으며, 주권이 없는 사람도 없고, 존엄성을 존중 받지 못하는 개인도 없고, 어린 시절을 잃어버린 어린이도 없으며, 미래가 없는 청년도 없고, 존경받지 못하는 노인도 없어야 한다.”

교종이 민중활동가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계속 투쟁하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이신 지구를 잘 보살펴 달라고 청했다.

“저는 여러분을 위해 계속 기도할 것이며, 늘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동행하시고 여러분을 축복해주시고 여러분을 사랑으로 채워주시며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는 힘을 넘치도록 내려주시어, 투쟁의 길에서 여러분을 지켜주시도록 기도하겠습니다. 그 힘은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희망입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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