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봉헌하고 머리에 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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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봉헌하고 머리에 얹고
  • 이금연
  • 승인 2017.01.01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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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카나의 집 이야기-7
사진=이금연

바느질 하는 여성들과 성탄과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모임을 가졌다. 해외로 나간 남편들이 돌아와 아이들을 맡기고 오랜 만에 꽃단장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타난 여성들은 양손 가득 과일을 가져왔다.

가나의 집에 찾아온 이 여성 손님들과 우리 집 주인 할머니와 함께 새해 소원을 비는 기도회를 가졌다. 평화의 왕으로 낮은 자리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구유 앞에서 우리는 구두로 기도를 하기엔 언어와 표현의 한계가 있었기에 대신 크레파스로 도화지에 기도를 그렸다. 자기 자신 그리고 우리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림으로 그리자고 했다.

종이를 받아 든, 평생 처음 크레용을 쥐어 본다는 칠십대 할머니는 색이 눈에 보이는데도 색을 감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공의 색 앞에서 손을 떨었다. 하지만 첫 색으로 녹색을 잡은 뒤 하연 도화지 위해 예쁜 꽃을 그렸다.

네팔의 여성들에게 꽃은 기도의 필수품목이다. 이른 아침 마다 이들은 꽃을 따서 뿌자를 위한 쟁반 위에 올려놓고 그들의 신상에 경배를 한 뒤 그 꽃을 자신의 머리 위에 올린다. 매일 아침 꽃이 필요하기에 어떤 집이든 꽃 화분이 놓여 있고 연중 꽃이 피고 지고 또 핀다. 윤회를 믿는 이들에겐 폈다 지고 또 필 것이라는 자연의 순환에 자신들의 운명을 맡긴 듯 오늘도 내일도 같은 삶의 양식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또 그들의 자식들도 대를 이어 그 종교의식을 따라 한다.

사진=이금연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선하고, 가족과 마을의 발전을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 것이 있긴 하지만 약간의 식량과 마실 술 한 잔 있음 자족한다는 듯이 살아가는 모습이 가난한 네팔 사람들의 운명론적 삶의 태도 같다 보였다. 그래도 우리 집 주인 할머니는 지진에도 끄떡없었던 집이 있으니 그녀에겐 절실한 것이라기보다 마음 한켠에 신상에 바치고 싶은 꽃이 그려져 나온 것이 아닐까

한편 성탄 구유 앞에서 그려진 이십대의 젊은 여성들의 그림 기도엔 하나 같이 집이 등장했다. 개인의 행복도 가족의 행복도 작고 아담한 집이었다. 지진으로 집이 다 깨져 지난 이년 가까이 고생을 했으니 그 마음이 짐작이 갈만하지 않은가?

십대에 결혼하여 삼십대가 되면 자신도 할머니가 될 수 있을 이 여성들에게 마을 공동체에서 해결 되어야 할 시급한 것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수도 시설이었다. 마을에 두 개의 시내가 흘러가는 마을에 사는 이들에게서 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가?

미혼인 산자의 그림엔 마을에 일터와 교육 센터가 등장 했는데 모두가 일해서 안전한 생활을 했음 하는 바람이었다. 그들이 사는 마을 75개 가구 중에 일하는 남성들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주로 중동으로 싼 값의 일용직 노동을 하러 나간 사례들 외에 대부분 식구 중 누군가 약간의 수입이 생기면 그것으로 먹고 지내는 것에 사십년 이상 익숙해진 사람들인 것이다.

여성들이 나서서 일을 해보자고 나서도 남자들과 힘 있는 사람들은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아마 이 여성들이 나와 바느질을 해 왔기에 밖에서 원조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힘이 주민들에게서 나와야 할 텐데 그것이 어찌해야 가능할지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아기 예수님께 바쳤다. 그리고 하나의 결심을 했다. 바느질 같이 해온 여성 여섯 명이 주축이 되어 마을 환경 개선을 위한 모색을 해 보자고.

사진=이금연

우선 여섯이 함께 일할 다른 네 명을 더 찾아 공동 소액 저축 모임을 구성하는 것으로 행동을 개시 하자 하였다. 네팔에서는 소액 저축 모임엔 교육이 필수적으로 개입되어야 하기에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지도력이 개발되어 마을 공동 수도 만들기와 일터를 위한 교육 장소를 작게 나마 만들려면 누군가 중심이 있어야 하니까. 그들에게 조직과 교육 그리고 프로젝트를 같이 실행할 파트너 단체 또한 필요하였음으로 내가 같이 일하는 에커타 마이크로 크레딧의 간부들을 초대하여 공동 모색을 해 보자는 것으로 우리의 아이디어는 확대 되었다.

언젠가 반드시 마을 주민들이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각자 그린 그림 기도를 나누면서 성탄과 새해의 의미를 각자 마음에 심었다. 마치 나무 한그루를 심듯이. 스스로 돕지 않으면 누구도 나서서 도와 줄 수 없음을 강조하면서 힌두, 불교, 가톨릭으로 구성된 우리들의 기도를 평화와 사랑 그리고 자비의 상징인 아기 예수님 앞에 드렸다.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


이금연 세실리아
국제 가톨릭 형제회 (AFI) 회원
네팔 환대의 집 'Cana의 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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